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
어려서부터 유독 나이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청소년시절 얼른 스물세 살이 되고 싶었다. 얼마나 자유롭고 빛나는 나이인가! 정작 스무 살 언저리가 돼서는 생각만큼 빛나거나 아름다운 나이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나이의 환상을 거두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제일 가슴 설레게 기다리고 있는 육십이란 나이, 곧 다가오는 멀지 않은 시간들….
마흔 무렵부터 꾸기 시작한 꿈이 있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하는 것을.
당장 원고를 쓰고 투고를 하진 않았지만 ‘그래 꼭 한번 써 볼 거야’라는 마음이 희미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마음의 리밋을 정해 놓고 육십이 되는 해에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세상에 내놓는 시간을 기다려왔다.
‘세상의 모든 소리에도 거슬림이 없다는 이순의 육십’ 정말 환상적인 나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내년이면 이 멋진 육십이란 나이를 가진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환상은 조금씩 조금씩 구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라는 호칭은 요즘 가장 멋진, 나의 정체성이다. 꾸준히 목요일마다 연재를 하고 있는 ‘나의 40년 홀로 여행기’를 통해 19살부터 시작한 떠남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점점 잊혀 갔을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복원해 나가고 있다. 처음엔 그냥 일기장에 기록하듯 혼자만 추억할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작업을 해 나갈수록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어졌다. 그 허공의 메아리 같은 외침이 브런치에게 가 닿았나 보다. 반려 없이 한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이제는 마흔부터 꿈으로만 간직하던 책을 출판하려 준비하고 있다.
오래,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님들에 비해 구독자, 라이킷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내 글을 읽고 구독자가 되어주는 분들과 꾸준히 라이킷으로 응원을 해 주는 분들이 있어 연재일의 압박을 행복하게 소화해 나가고 있다.
지니의 램프처럼 기억을 살살 문지르면 그날의 단어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험, 긴장, 따스함, 배려, 불안, 두려움, 자유로움 등 몇 십 년 동안 갇혀 있던 녀석들이 활개를 치며 정신없이 머릿속을 유영했다. 난 지휘자가 되어 멋대로 불러대는 불협화음을 조율하고 각자의 화음을 알려 주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자 제법 그럴듯한 울림의 향연이 되어 작지만 감동과 공감이라는 선율로 독자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요즘 매일 밤마다 진짜, 꿈을 꾸고 있다. 작은 꽃다발 같은 공간에서 독자들과 마주 앉아 북토크를 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꿈. 편안한 의자와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아담한 공간, 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자리에서 내가 써 내려간 문장을 나누며 마음의 울림을 함께 느끼는 그런 시, 공간 안에 머무르고 있는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한 줄, 한 문장, 마음의 조각들을 모아 글을 쓰고 있다. 여전히 서툴고 부족한 문장들 때문에 콩콩 가슴을 치지만 진심만은 꾹꾹 눌러 담는 나만의 언어들을 마음 다해 사랑하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작은 배려와 관심 덕분에 제법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여전히 홀로 여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면 이 이야기들이 작은 용기와 동기가 되어 가슴 가득 떠남에 대한 설렘을 주고 싶다.
이 모든 것들을 책으로 묶어 누군가의 손에 건네질 때 그것들이 작은 위로와 미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래전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되살리는 달콤한 노동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난 이제 작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