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아이들은 결국 어른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이 어른의 세계로 발을 디딘다. 청소년기에 해결하지 못한 상처는 오래 가슴 속에 남는다. 어리숙하고 여린 그 시절의 이야기들. 어른들이 시시하고 귀찮게 여기는 간절한 외침들. 이 책의 저자 강지나 작가처럼 따스하고 진중하게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른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개선의 시작점이 되기에 충분한 책이다.
‘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이다. 작가는 가난한 청소년들은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의 가난은 부모의 가난을 뜻한다. 삶의 기반이 이미 불안정한 상태인 것이다. ‘기본적 역량이 박탈된 사람은 내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내면의 안정과 생존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밖으로 에너지를 돌리지 못한다.’ 대물림되어 전해진 뿌리 깊은 가난을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 굳건히 이겨낼 수 있을까. 책에서 다룬 각각의 인터뷰는 10년의 기간에 걸쳐 당사자들이 어떻게 버티고 변화했고 이겨냈는지를 보여준다. 평범한 삶에 대한 욕망은 지긋지긋한 가난을 박차고 일어날 동기를 형성한다. 복지 정책을 활용하고 삶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친구들이 누리는 것을 포기한다. 당장 현금을 벌 수 있는 일을 시작하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학업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이처럼 각 챕터의 주인공들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의 희망조차 가져보지 못하고 좌절되는 많은 청소년이 있으리라 짐작한다. 가난은 너무 만연해서 운명처럼 여겨지고 다들 꾹 참고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 같다. 마치 견딜만한 것처럼. 체념에는 목소리가 없으므로 어떤 생명은 지금도 은밀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었다면 그 침묵에 공감하고 괴로워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 혹은 ‘현석’처럼 배달 대행과 같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는 가난과 관련된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고 가난해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가난’은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약한 개인의 문제이며, 개인이 게으르고 똑똑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쉽다. ‘뭔가’를 할 수라도 있으니까. 내가 지금 청소년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그런 말을 듣고 아주 억울할 것 같다. 가난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쥐어진 것인데, 극복은 치열하게 하란다. 미성년자 받아주는 일자리를 찾다가 범죄 상황과 마주해도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책임을 져야 한단다. 신체가 망가져도 일단 돈을 벌었으니 그걸로 됐단다. 어른들의 무책임은 나라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드는 동시에 오랫동안 다져진 현실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았다.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때까지 빈곤의 당사자들은 계속해서 부딪치고 상처받는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되게 오래도록/문제를 발견만 하면/마법처럼 해결하는 줄 알았지//이제는 내가 왜/이 영화를 좋아하는 줄 알아?//봤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영화는 좋았다」 부분
김은지 시인의 <여름 외투>라는 시집에 수록된 시의 일부이다. 세상은 아주 조금씩, 느리게, 때론 너무할 정도로 느긋하게 변화할 것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도 이 책의 독자들도 그 변화에 보탬이 되었다. 아이들의 손을 결코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강지나 작가의 마음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