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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두란 Sep 04. 2024

어떤 인생각본을 물려주고 싶나요?

저마다의 육아를 응원합니다!


  아이가 14개월이 되었을 때 저는 경력단절을 끊고 교사에서 처음으로 원장이 되었습니다. 워킹맘이 된 저는 우리 아이를 다른 어린이집에 맡기고 종종걸음으로 출근하여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돌보고 책임졌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는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젊은 원장을 믿고 의지해주셨고, 육아가 어려울 때 서로 토닥여주며 힘을 냈습니다. 원장과 학부모로 만났지만 우리는 서로 손을 잡아주며 각자의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아이들이 훌쩍 자라 졸업을 하고 이제 원장과 학부모의 관계는 끝이 났지만, 지금도 우리는 SNS를 통해 서로의 육아를 훔쳐보고 응원합니다. 돌이켜보면 부모님들과 진심으로 교류하고 으쌰으쌰 함께 성장했던 날들은 정말 보람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교류분석 부모훈련(TAPT)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는 부모님과 활동을 위해 만들어 본 활동 자료들-


  지난해에는 부모교육 열기가 워낙 뜨거워  지역 도서관 동아리실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모여 부모교육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한 해 전에도 들었던 똑같은 주제의 워크숍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들은 다시 참여해 주셨습니다. 다시 참여한 부모님들께 똑같은 교육인데 왜 또 들으러 오셨냐고 물으니 "교육 내용은 똑같지만 우리 아이가 작년의 그 아이가 아니라서 교육을 다시 들어야 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가 자람에 따라 부모도 멈추지 않고 따라 자라고자 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예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부모님들을 돕고 싶었고 밤낮이고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고, 언제라도 상담을 요청하면 시간을 내어드렸습니다. 내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어 두문불출했더라면 저는 부모님들과 연결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 내 아이 하나는 잘 키웠을지 모르겠으나, 함께 성장하는 큰 움직임은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써낼 용기도 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나의 일을 하고, 당신이 당신의 일을 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서로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는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세계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입니다, 그리고 함께입니다.
우연이 아니라, 서로 손을 잡으면서
우리는 서로의 아름다움을 찾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습니다.

-Claude Steiner


  제가 아무리 열심히 상담 공부를 하고 부모를 위한 워크숍을 열어도 참여해 주고 실천하며 삶의 변화를 찾아가는 부모님들이 없었다면 그러한 열정과 지식은 쓸모 있는 것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의 노력과 연구를 가치 있게 만들어준 부모님들에게 감사하며, 이번에는 교류분석 부모훈련(TAPT)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한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고마워반 OO이 엄마, 앵두님의 이야기]

  원장님과 함께했던 부모교육은 저의 젊었던 순간의 육아를 함께해 준 고마운 시간들이었어요. 혼자서 고민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몰랐던 부분들도 배울 수 있었지요. 그리고 '나'를 다시 찾았어요! 엄마가 되어서 잊고 지냈던 저를요 :)

  육아를 하다 보면 지금 잘하고 있는지를 몰라서 한없이 미안해지고 눈물이 날 때가 많아요. 그런 순간에 잘하고 있다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격려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생각에도 환기가 필요한데 그것들을 해주신 것 같아요! 다시 돌아가도 함께 할 거예요♡


  앵두님이 하루는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이제 아이도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였고 어머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삶의 보람을 느껴가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상담의 내용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둘째가 생겨서 가족들도 물론이고 본인도 너무 기쁘지만 일하는 회사에서 달가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삶도 이제야 새롭게 움직여 나가고 있는데 다시 멈추어 서야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애쓰고 돕고자 하는 마음을 돌려세우려고 둘째가  것일까요? 저는 자신을 돌보고 충분히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둘째가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생각하자고 말씀해 드렸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둘째는 천사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 벌써 돌이  되어가고, 앵두님은 이번 주 부터 저희 어린이집에 실습 선생님으로 6주간 출근을 합니다.  먹지 않아 육아가 힘들었던 첫째에 비해 너무나도  먹고 쑥쑥 크는 둘째를 키우며 첫째 때의 고생은  잊었다는 앵두님을 보면 제가 절로 기운이 납니다.


[좋아해반 OO이 엄마, 마들렌님의 이야기]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교류분석 부모훈련(TAPT)'이라는 교육을 듣게 되었습니다. 매월 교육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둘째보다는 오히려 첫째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이러한 교육을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첫째를 덜 상처 주며 키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어찌 보면 늦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장 선생님께 따로 개인 상담을 받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공개했고, 원장 선생님은 저의 긴 이야기도 그저 잘 들어주셨습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꺼냈고, 그 이야기로 인해 나에게 위로와 격려가 돌아오자 저는 제 자신을 알아차리고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자기반성도 많이 했고, 제법 많이 고쳐 나가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화도 많이 줄었고, 인내심도 많이 생겼습니다. 둘째가 다섯 살이 되어 어린이집을 졸업을 한 이후에도 그때의 위로와 격려는 지금까지도 도움이 되고 있고, 아직도 종종 상담을 요청하여 원장 선생님을 만납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지난 시간들은 아이뿐만 아니라 제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빵을 잘 만드는 마들렌님은 이야기꾼이십니다. 스치는 일상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과 이야기로 찰나를 붙들어 매는 이야기꾼의 능력을 갖고 계십니다. 안개길을 걷는 듯이 모호하고 애매한 육아를 힘겨워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캄캄한 길을 싫어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것을 즐기는 모험가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들렌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저는 그 마음속에 있는 부모 자아와 어른 자아, 어린이 자아를 생각하며 들었습니다. 그 안에는 한 없이 너그럽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양육적인 어머니의 모습과 언제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상황을 정의 내리고자 하는 어른의 모습,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라주고 싶은 순응하는 어린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세 자아는 육아를 하며 빛이 나기도 했지만 종종 서로 부딪히고 깨지며 어려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교육과 상담을 통해 이 세 가지 자아에 대해 알려드렸고, 마들렌님은 점점 부모 자아가 내리는 명령과 어린이 자아가 부추기는 지령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율적으로 사고하는 어른이 되어갔습니다. 요즘도 가끔 놀이터에서 만나면 여전히 육아가 어렵다고 하시지만 밝게 웃는 미소에는 여유가 묻어납니다.  


[고마워반 OO이 엄마, 바다님의 이야기]

  코로나19로 떠들썩했던 2020년에 출산하여 조리원 동기도 없이 인터넷에 나오는 육아 정보에 의지해 아이를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갈 즈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고 어린이집에서 열리는 부모교육에 2년 정도 꾸준히 참여하면서 아이의 발달에 적합한 육아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행동만 바라보고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었던 저의 육아를 반성하게 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이를 다그치고, 아이와 기싸움을 벌였던 시간들이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부모 교육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이제 조금이나마 아이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갖게 되었고, 긍정적인 스트로크를 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이도 참 많이 변화되고 편안한 정서를 익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종종 '이게 맞나?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2년 가까이 배움의 자리에서 훈련하고 익혔던 것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행동 이면에 감춰져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던 교육과 육아의 시간들, 그때의 배움들은 제 육아에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습니다.


  바다님은 타인의 마음을 토닥거려 주고 위로와 긍정의 힘을 나누는 멋진 재능이 있으신 분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유독 마음 씀이 인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안쓰러움이 있습니다. 언제나 저의 목표는 바다님에게 긍정적인 인정자극, 스트로크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교류분석에서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인정자극을 '스트로크'라고 부릅니다. 2년간 스트로크를 드리며 자신을 찾아보시기를 응원해 드렸고, 지금은 자신의 일을 찾아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딛는 것에 성공하셨습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찾고자 애쓰던 때와 비하면 몇 배로 힘든 나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또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어려움이나 문제가 생겨도 워킹맘은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고 힘에 부치겠지만, 아이는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배워나가고 해결해 나가는 법을 분명 익히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의 성장을 돕고 배려해 주는 주변의 고마운 분들과 우정을 나누고 감사를 나누며 고단한 시간들을 버텨내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또 한 뼘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고마워반 OO 엄마, 수풀님의 이야기]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가 커갈수록 몸은 조금 편해졌지만, 아이의 사고가 발달하면서부터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다루는 것이 힘에 부칠 때마다 저는 원장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주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혈관주사를 맞고 집에 온 날, 아이는 주사를 맞은 경험이 매우 힘들고 무서웠는지 밤에 자다가 놀라서 뻘떡벌떡 깨고 울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이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더 힘들어할까 봐 우는 아이를 달랠 뿐 아픈 기억은 덮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가 생각보다 오랫동안 힘들어하자 저는 원장 선생님님께 고민을 상담했고, 원장 선생님은 그날의 아프고 무서웠던 경험을 감추기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주고 앞으로는 주사 대신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말로 아이의 마음을 안정되게 해 주면 좋아질 것이라 하셨습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원장님의 조언대로 감정을 수용해 주고 안심할 만한 정보를 주었고, 아이는 마법같이 금세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담을 하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아!! 그러면 됐는데!' 싶었지만, 사실 간단한 생각과 말이 우리 아이를 안정감 있게 자라게 할 것이라는 걸 응당 깨닫기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모 역할이 쉽지 않을 때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다섯 살 아이를 키우면서 아직도 더 배우고 더 인내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부모교육을 들으면서 마음속에 새긴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행동이나 감정을 마주할 때, 엄마는 아이에게 휘둘리지 않고 일관된 양육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는 다분히 여러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발달로 인한 아이의 변화를 감지할 때 엄마가 흔들리지 않아야 아이도 제자리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첫째,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은 꼭 지킬 수 있게 지원해 주고
둘째, 그렇지 않은 부분은 기분 좋게 허용해 주고
셋째, 위험에 대한 지도일수록 소리를 지르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교류분석 부모교육을 받으며 여러 방면의 성찰을 할 수 있었지만, 저는 특히 이 세 가지를 잘 지키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명심하고 또 명심해서 우리 아이를 마음도 몸도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수풀님은 실천적인 이과엄마입니다. 공식만 가르쳐 드려도 육아 문제를 술술 풀어내십니다. 혹은 몇 가지 사례만 알려드려도 거기에서 공식을 만들어 내십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육아의 공식을 잘 적용할지를 연구하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부모 교육에 참석하고 생활 속에서 차곡차곡 기억해 두었던 질문들을 찬찬히 던지는 수풀님 덕분에 육아에 있어 중요한 화두들이 이야깃거리로 차려졌고, 그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두의 육아가 깊어갔습니다.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고 더 귀하게 대하기 위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던 그 모습은 책임감 있고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낙담하지 않고,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준 수풀님이 있어 우리의 모임은 활기차고 진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마워반 OO이 엄마, 민쵸님의 이야기]

  우리 아이는 너무나도 예민했던지라 감히 둘째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50일 된 갓난쟁이는 병원에 발만 들여도 자지러졌고, 작은 소리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울어댔습니다. 초보 엄마였던 저는 너무 예민해서 아이가 엄마 껌딱지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돌이 되자마자 빨리 어린이집에 데리고 갔습니다.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는 무려 석 달이나 걸렸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3-4주 만에 적응을 해내는 모습을 보며 제 마음은 조바심이 났지만,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 나름대로 또 특별하고 소중한 아이라 말해주는 원장 선생님 덕분에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고된 적응의 시간이 지나자 언어 지연이라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발화가 늦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또래에 비해 언어 발달이 많이 늦어지자 욕심 많은 엄마였던 저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40개월이 되었을 즈음 언어 치료를 받아볼 결심을 하고 원장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자 원장 선생님은 언어 치료를 지지해 주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석 같은 아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원석이 그 빛을 뿜어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시간을 갖고 포기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제 마음에 너무나도 깊이 꽂혔습니다.
 
  그 원석의 빛은 아이가 만 4세가 될 때쯤 반짝하고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단어를 읽기 시작했고, 글씨를 스스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언어에 대한 질서를 알아내는 연구를 이제야 정확하게 마무리한 학자처럼, 한글의 원리를 스스로 알아낸 아이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단숨에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의 고민은 이 귀한 보석을 어떻게 가공해 줘야 하는가입니다. 원장 선생님을 만나 새로운 고민을 말씀드리자 그저 지금처럼 돌봐주면 되고 아이가 흥미를 가지는 놀잇감을 잘 파악하여 제공해 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똑똑한 아이를 잘 키워내지 못할까 하는 걱정 앞에 듣게 된 이 조언은 또 얼마나 감사하고 안심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크고 예쁜 빛을 내뿜는 존재가 될까 상상하면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제가 우리 아이를 키워 냈으니, 앞으로도 저답게 키워도 되는 것이겠지요?

  이런저런 핑계로 부모 교육에는 종종 결석을 했지만 교육을 가면 또래 키우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 자신을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입학한 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지만 어린이집을 함께 보내며 함께 부모교육을 받았던 엄마들과의 교류는 여전히 즐겁고 힘이 됩니다. 우리 아이가 저에게는 육아를 함께하는 진정한 친구들을 만들어 주었고, 아이를 중심으로 교류하는 우리들은 지치고 힘이 들 때마다 또 힘을 주고받으며 아이를 잘 키워내고 있습니다. 그 시간을 이렇게 추억해 내는 일은 참 행복합니다.   


  민쵸님은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엄마입니다. 자기 자신을 재미있게 오픈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헤아려 주는 멋있는 분입니다. 아이의 발달이 다른 또래에 비해 느리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는 한결같이 밝고 너그러운 엄마로 머물러주셨습니다.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랑으로 그 일을 해내는 민쵸님의 긍정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둘째를 낳고 돌보느라 교육에 잘 참여하시지 못했지만 하원 후 놀이터에서 부모님들과 함께 어울리고 주말을 함께 보내는 민쵸님의 모습을 보며 부모교육을 통한 지식보다 더 큰 힘을 내는 것은 함께하는 공동체이고 서로 격려해 주는 관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 관계가 부모에게 힘이 되고 아이를 키우는데 격려가 되는 소중한 관계로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위의 이야기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재원 중일 때는 물론이고 졸업을 하고 나서도 저에게 종종 상담을 요청하고 찾아주시는 고마운 학부모님이 계십니다. 어느 날 상담을 하다가 "원장님이 쓴 책이 있다면 그걸 육아가 힘들 때마다 펼쳐보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을 텐데요." 하며 그분이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때는 내가 감히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다만 나를 인정해 주고 가치롭게 봐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부모교육 워크숍과 부모상담을 꾸준하게 이어오던 어느 날 내가 부모님들에게 해주었던 말들이 방향을 바꾸어 모조리 나 자신에게로 쏟아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공을 쏘아 올린 것은 내담자인 부모님들이었는데, 삶이 뒤흔들린 것은 오히려 어설펐던 상담사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결심했습니다. 제 자신부터 크게 한 번 바꿔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며 살았던 삶을 뒤로하고 내면의 소리와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욕구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새로운 인생 각본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했고, 국공립 어린이집 신규위탁 계약 기간인 5년을 끝으로 재위탁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시청에 전달하였습니다.


  이제 원장이라는 직무로 자리를 지킬 시간이 반년 정도 남았습니다. 원장도 처음이었고, 부모교육 강사도 처음이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제 인생의 첫 경험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지난 5년을 함께 해준 부모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좋은 부모님들이 계셨기에 저는 좋은 원장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어려움에 가 닿기 위해 노력했던 제 자신에게도 스스로 칭찬과 감사의 말을 건내 봅니다.


대견하다! 정말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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