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촬영감독과, 영화촬영 감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현직상업영화촬영감독이 이야기하는 뒷 이야기.

by Minu Park KSC

방송국과 영화 촬영감독의 롤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자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부분은 페이를 받는 구조가 굉장히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OTT나 외주 촬영으로 인해 요즘 프리랜서 드라마 촬영감독이 정말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방송국 촬영감독은 기본적으로 지상파에, 좋은 대학교를 나오고 성실하게 공부하여, 회사(MBC, SBS, KBS) 입사시험과 면접을 통하여 촬영 부서에 들어간다. 이후 순차적으로 오락·예능 프로그램도 하고, 스포츠·야구 채널도 하다가, 드라마 부서로 발령을 받아 촬영을 맡으며 결국 미니시리즈로 입봉 하여 촬영감독이 되는 것이 업계 관례다.


반대로 영화 촬영감독은 프리랜서로 제작사나 연출감독을 통해 고용된다. 예전 80~2000년대 초반에는 촬영팀으로 시작해 도제식으로 촬영감독이 되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지금은 선배 촬영감독이 입봉을 시켜주는 개념은 거의 사라졌다. 결국 영화 쪽은 스스로 개인 브랜드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영화 촬영감독은 실력과 인맥을 둘 다 갖추지 않으면 상업영화 촬영감독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저예산 영화를 전전하다가 광고나 뮤직비디오, 홍보 영상 쪽으로 빠져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굉장히 진입장벽이 높은 직종이다.


프리프로덕션에서의 차이점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보통 작품이 들어가기 전에 프리 단계에서 많은 작업을 요구받는 영화 촬영감독과 달리, TV 방송국 촬영감독들은 사실 프리 단계에 많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월급을 받고 회사의 필요에 따라 배치되기 때문에, 드라마 촬영 직전까지 다른 촬영 업무를 꾸준히 맡는다.

예를 들어 내일이 드라마 첫 촬영인데 오늘 야구 중계 촬영을 나가 열심히 야구공을 따라다니며 샷을 찍고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으로 방송국 촬영감독은 회사에서 촬영감독·카메라 오퍼레이터로 여러 부서를 돌며 배치되기 때문에 프리 단계에 참여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이것이 영화 촬영감독과 TV 촬영감독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 촬영감독들은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조명감독을 데려올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미니시리즈의 조명감독은 거의 대부분 외주로 고용된 프리랜서다. 드라마 촬영감독은 월급을 받고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가정할 때, 조명감독은 외주로 고용된다는 점이 영화와는 큰 차이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조명감독의 고용 시스템은 영화나 드라마나 비슷하다. 다만 조명을 운용하는 방식이 많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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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vs 운용

드라마 촬영감독들은 카메라에 보이는 프레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방송국 촬영감독들은 미니시리즈 드라마 외에는 조명에 관여할 권한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레이밍, 삼각대 운용 기술, 박스줌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 결국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권위는 프레이밍과 앵글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판에선 조명은 대부분 조명감독이 알아서 준비하며, 보통 카메라 위치가 정해지기 전까지 조명이 완전히 세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화 촬영감독도 드라마 촬영감독처럼 프레이밍이나 삼각대 등 테크닉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경우가 있지만, 2023년 현재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일하다 온 영화 촬영감독들은 카메라만이 아니라 조명이나 미술까지도 신경 쓰는 ‘미국식 촬영감독’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정정훈, 고락선, 주성림 촬영감독님들처럼 점점 조명을 중시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고, 아예 조명 설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미국 뉴욕에서 촬영을 경험하다 온 촬영감독이다 보니 조명을 굉장히 많이 신경 쓰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조명을 할 줄 모르는 촬영감독은 사실상 촬영 기사(카메라 오퍼레이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현직 조명감독님들이나 방송국 드라마 촬영감독님들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촬영감독이 직접 조명을 치는 것이 당연했기에, 결국 성향 차이라고 본다.


영화와 방송국 드라마 사이, OTT에는 누가 더 어울릴까?


아직 OTT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일이 줄어든 영화 쪽 인력들이 많이 유입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방송 3 사보다 1.5배, 많게는 2배 이상의 예산을 들여 OTT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제작사들이 영화적 퀄리티를 기대하며 영화 촬영감독들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결국 “빨리 잘 찍어” vs “천천히 잘 찍어”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이 “싸게, 빠르게, 잘”인데, 이는 모순적인 요구다. 예산이 충분한 미국에서는 ‘빨리 잘 찍기 위해’ 팀을 나누어 운영한다. 그래서 미니시리즈 10편을 제작할 때 평균 연출 감독 2~3명, 촬영감독 2명으로 팀을 2개 이상 구성해 동시에 촬영을 진행한다. 덕분에 퀄리티와 스케줄을 동시에 챙길 수 있지만, 그만큼 예산이 2배로 든다.


미래에는 OTT 시장이 예산을 줄일지, 늘릴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예산이 늘어난다면 촬영감독의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시간을 들여 잘 찍는” 촬영감독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시간을 들여”라는 것도 상대적이다. 영화와 비교하면 2배 정도는 빨리 찍어야겠지만, 아침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하루 평균 15- 30분 분량을 찍어내는 속도)에 비하면 훨씬 더 시간을 들이는 셈이다. 결국 앞으로는 촬영감독도 한국에서 프리프로덕션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 촬영은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되,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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