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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10. 2021

우리는 왜 항상 경쟁해야만 할까?


A와 B라는 파견직 동기가 있다고 쳐 보자. 둘 다 일은 잘하는데 외향적인 A는 내성적인 B보다 사회생활을 더 잘한다. A는 잘 한 일이든 조금 못 한 일이든 모든 일을 항상 공유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고 담배를 피우든 커피를 마시든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모든 자리에 항상 어울림으로써 인간관계를 넓힌다.


누군가는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A와 잘 지내고 있는 B에게 냉정히 보면 A는 너의 경쟁상대고 굳이 잘 지내야 할 필요도 없으며 넌 지금 A보다 덜 눈에 띄니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면 노력해서라도 A 만큼은 눈에 띄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노력 없이 사회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대신 성격 덕에 조금만 노력해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성격 때문에 몇 배 아니 몇십 배를 노력해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건데 그건 어쩔 수 없으니 몇 배 아니 몇십 배를 노력해서라도 경쟁에서 이겨야 하지 않겠냐고, 넌 지금 상황으로는 경쟁에서 지고 있는 거라고 말한다.


난 다르게 생각한다.


물론 정규직 자리가 생겼을 때 둘 중 하나만 뽑혀야 한다면 A를 추천할 선배들이 B를 추천할 선배들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붙을지 결과는 뜯어볼 때까지 모르는 것이며 나는 회사에 입사하는 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게 딱 그 한 회사여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길은 다 있다.


물론 사람마다 갖고 있는 삶의 목표가 다를 수 있다. B의 삶의 목표가 그 한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라고 쳐 보자. 그래도 나는 B가 A를 이기기 위해 사회생활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생활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끼고 발전시켜야 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노력하면 되는 것이지 그게 경쟁으로부터 올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중요한  모든 사람들한테 중요한  아니니 괜찮다.  우선순위에 놓여있지 않다면 굳이  우선순위에 놓여있는 것들을 해치면서까지 얻어내야 할까? 원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 얻어내는 동안 내가 마주해야 하는  그리고 끝끝내 얻어내지 못했을  내가 가지고 떠날  있는  못나 보이는 자기 자신 하나뿐이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A가 뽑히고 B가 떨어져도 그게 과연 A가 이기고 B가 진 걸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 같은 선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나는 남들보다 시간이 덜 걸릴 수도 있고 더 걸릴 수도 있다. 내가 어디서 시작했고 어디서 끝났는지가, 내가 무엇을 얻어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내가 성장했다면 내가 붙지 않고 남이 붙었을 때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축하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난 내가 얻어낸 것들과 함께 나에게 더 어울리는 길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건 다른 회사에서 또는 다른 업계에서 내가 빛을 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창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농사를 짓는 데 도움이 될 수도,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수도, 가정을 꾸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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