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사색을 작품으로
생각 테라피 ― 독서와 산책, 그리고 글쓰기
나는 현직 입시학원 수학강사다.
수학은 학창 시절부터 정말 좋아했다. 공대를 졸업한 후 강사로 근무하다가 다시 수학과를 이수해 정식 강사가 되었고, 지금까지 그 길을 걷고 있다.
수학은 다른 어느 과목보다 사고력이 필요한 과목이다.
오늘 이웃님의 글에 댓글을 달다가 문득, 내가 생각이 많은 이유가 직업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보다는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이다 보니, 일상에서도 늘 생각이 많고 뭐든 계획을 세우는 ‘파워 J’ 성향이 되었다.
예기치 않은 일을 싫어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변수의 범위나 조건 하나 때문에 정답이 달라진다.
그래서 모든 조건과 가정을 꼼꼼히 따지는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도 변수가 생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게 나의 계획과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 가장 평화롭다고 느낀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매일이 변수의 연속이다.
나는 늘 ‘평범하게 사는 게 소원’이라 했지만, 돌아보면 전혀 평범하지 않은 삶이었다.
어제도 수업 중 학생들에게 오래전 교통사고 이야기를 하며, 최근 있었던 ‘스레드 알고리즘 폭탄’ 이야기를 덧붙였더니 학생들이 “선생님 인생은 진짜 스펙터클 해요!”라며 흥미로워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지난 8개월은 마치 풍랑 이는 바다에 떠 있는 배 같았다.
생각이 많은 습관은 특히 인간관계에서 좋지 않게 작용한다.
그냥 흘려보내야 할 말이나 감정들도 자꾸 되새기다 보면, 부정적이고 회의적으로 변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내 성향을 완화시켜 줄 두 가지를 매일 루틴으로 삼았다.
바로 독서와 산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오롯이 책 속 세상에만 빠질 수 있다.
학창 시절엔 문학과 소설을 좋아했고, 특히 몰입감이 강한 추리소설이나 영화를 즐겼다.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본 영국 추리 영화에서는, 영화가 80%쯤 진행될 때까지도 범인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지막에 밝혀진 진범은 정말 반전이었다.
요즘은 심리학이나 철학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생각을 멈출 수 있으니, 생각이 많은 나에게는 최고의 **‘생각 테라피’**가 되어준다.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밤산책.
물론 햇살 좋은 오후 산책도 좋지만, 나는 하루의 모든 일이 끝난 뒤, 고요한 밤공기 속을 걷는 걸 좋아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매일 산책할 수 있다면 우울증 약이 필요 없다”라고 할 만큼, 산책은 마음의 특효약이라고 한다.
비록 햇빛 아래 걷는 게 더 좋다고 하지만, 내게는 밤산책도 충분히 치유가 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부정적이 되기 쉽고, 우울해지기도 쉽다.
그래서 나는 내가 찾은 방법으로 가벼운 우울과 친구 하며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게다가 올해 2월, 블로그를 시작해 브런치 작가가 된 후 매일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복잡한 현실의 생각 대신, 소설을 구상하고 자연을 보며 시를 쓰고, 일상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풀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 덕분일까.
소화기관이 예민해서 자주 병원을 찾던 나인데, 지난 8개월 동안은 병원 한 번 가지 않았다.
넘어지거나 다치는 일도 줄었다.
독서, 산책, 글쓰기 ― 이제는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 가지가 되었다.
비록 가까이에서 마음을 터놓을 오프라인 친구는 없지만,
내겐 더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책이 친구가 되고,
자연이 친구가 되고,
글쓰기가 친구가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이 세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생각이 많은 나’를 다스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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