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누군가를 위한 스타트업 직원 일기
스타트업에 대한 큰 열망이나 대단한 목표는 없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내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진로를 선택해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동안 조리를 전공했다.
고졸 취업을 하려고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19살(만 17세)에 고졸 취업을 결정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을 벌기 위해 대학교에 진학했다.
고3 시절, 취업이 아닌 대학으로 진로를 변경하기까지 깊고 긴 고민을 하진 못했다.
그래서 대학을 다니면서는 무조건 등록금이 아깝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고 필요한 걸 쏙쏙 빼먹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학교 다니는 내내 과 수석 혹은 차석을 유지하며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비 내지 않고 학교에 다닌다'는 것에 집중했다. 고등학교 때 비싼 학비 들여 배운 것들(특히 실습)을 대학교 때 또 배운다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더 그랬던 것 같다. 학교에서 재미있게 논 추억 같은 건 거의 없지만, 20대 초반 다녔던 아르바이트에서 그보다 훨씬 많은 재미와 추억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제대로 놀지 않은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막학기에 우연히 참여한 교내활동에서 에디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조리를 전공하면 무조건 셰프, 영양사 쪽으로만 길이 있는 줄 알았는데 세상에 대한 눈을 넓혀준 기회였다.
그때도 소소한 글쓰기(일기, 편지 등)를 좋아해 나에게 잡지사에 들어가 보면 어떻냐고 말해줬던 친구의 영향도 있었다. 나는 왜 진로를 확장해서 생각하지 못했을까 부끄럽기도 했고, 조리를 전공한 학생들의 취업 길이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은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학교에서는 무조건 현장(레스토랑, 호텔 등) 취업만을 목표로 했음
막학기에 교내활동으로 매거진을 만들면서 재미를 붙이고, 결국 졸업 후 당시 푸드 매거진에서 TOP3(물론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잘 운영되고 있다) 안에 꼽히던 잡지사에 인턴으로 시작해 정식 기자(=에디터)로 근무했다. 내 생애 가장 열정적이었고, 성취감에 중독되었었고,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던.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었다.
이후 에디터 경험을 살려 당시 8년 차였던 조금 규모 있는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마케팅 중에서도 콘텐츠 쪽을 주로 담당했는데, 마케팅이라는 것도 결국 이것저것 알아야 하는 거라 데이터도 보고, 개발자랑 소통도 하고, MD랑 소통도 하고.. 그러다 보니 마케팅 관련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이버 대학에 진학에 광고마케팅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처음에는 학교와 일을 병행했었는데 나날이 떨어지는 성적을 보며 이러다가는 이도저도 안 되겠다 싶어 알바를 하며 공부했다. 사실 그 사이엔 많은 일이 있었지만 스킵하고. 한 1년 정도 지나니까 금전적인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고(막 부족했다기보다 사회생활을 하다 알바 생활로 돌아오니 씀씀이 같은 게 이미 커져있기도 하고 뭐 그런..), 결국 사람인에서 포지션 제안을 'ON'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얼마 뒤, 푸드 커머스 스타트업에서 초기 멤버 합류 제안을 받았다.
글쓴이, ize(이제)
잡지사 에디터 출신.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초기 멤버로 수년간 구른 경험이 있다.
구르고 굴러 현재는 다시 F&B 콘텐츠를 만드는 공방에 재직 중인 7년 차 직장인.
일에서 얻는 쾌락과 성취감에 중독된 사람.
스타트업에서 일할 땐 마음에 여유가 없어하지 못했던 스타트업 일기 이제라도 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