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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망 Aug 27. 2022

남해 워케이션 : 천천히 해요, 남해잖아요!

서울 남부터미널 가는 길

 오지 않을 것 같던 워케이션 출발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9시 10분에 출발하는 남해행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어요. 고맙게도 남편이 역까지 데려다주어서 마지막 인사(?)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집을 나섰습니다. 언젠가 신겠노라 벼르고 있던 초록색 반스 슬립온도 이 날 개시했어요. 새로운 신발과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두근두근 기대하고 고대하던 워케이션 지역 남해로 떠났습니다.

남부터미널 안 분식집

 버스 출발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터미널안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허기진 느낌이 들어 바로 옆 분식집으로 향하여 유부우동을 주문했어요. 사실 김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뉴스에서 분식집 김밥을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려 사망자까지 나왔다는 소식을 본 후부터 외부에서 김밥을 사먹는 일은 하지 않고 있어요. 물론 청결과 위생에 힘쓰는 곳이 대다수 일테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에 음식을 가려먹게 되더랍니다. 그래서 김밥 대신, 불로 조리하는 국물요리인 유부우동을 주문했습니다. 김밥 대신 우동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게하네요.

 사실 전전날과 전날 모두 잠을 제대로 못자서 너무 피곤한 상태였는데요, 마침 남해까지 가는데에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마음놓고 푹 잠들었어요. 중간에 휴게소도 한번 들렀다고 하는데 그런 것도 모른 채 침면해버렸지요. 


 그렇게 푹 잠들고 나니 어느덧 남해에 도착해있었고,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담당해주시는 담당자분께서 픽업오셔서 차를 타고 왔습니다. 이번 워케이션은 총 5명이 참가하게 되었는데요, 저와 같은 방을 쓰게 될 분이, 알고보니 버스에서 오는 내내 제 앞자리에 계셨던 분이었더랍니다. 저와 같이 IT업계에 몸을 담고 계시는 여자 개발자분이셨어요! 같은 업계에 있는 만큼 통하는 것도 많아서 숙소에 도착하는 내내 수다를 떨었답니다 :-)

 그렇게 약 10분 정도 달려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머물게 될 숙소는 해변과 맞닿아있는 곳이었어요. 대문 밖에 구불구불 좁은 도로를 지나면 바로 해변의 모래를 밟을 수 있을 정도로 해변과 가깝게 맞닿아 있었답니다.
 이번 워케이션의 로망이었던 '바다보며 일하기' 로망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방에서 문열고 나오면 보이는 풍경
2층 올라가는 계단에서 찍은 바다 풍경, 고양이도 있음(제일중요)
화상회의 공간

 워케이션 센터는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있어요. 1층은 숙소이고요,1층 왼편에 작은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2층에서 업무를 해요. 3층은 테라스인데 큰 정자와 귀여운 해먹이 있답니다.

 아, 1층 우측칸에는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단독공간도 있어요. 화상회의 공간이라니! 디지털노마드를 타겟으로 하는 제도임을 고려하시어 제대로 준비해주셨구나- 싶었답니다.

 15박 동안 머물게 될 제 공간이예요. 저는 왼쪽 침대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오른쪽엔 커다란 창문이 있고요, 그 옆으로 조그마한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 곳은 본래 가정집이었다가,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여 다양한 여행객들의 거처가 되었다가, 이제는 워케이션 센터라는 임무를 명 받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머물고 떠나는 곳이 되었어요. 작디 작은 방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심어주는 값진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층 업무공간입니다. 앞뒤로 2개씩, 총 6개의 책상이 있고요. 각 책상마다 모니터도 준비해주셨습니다. 저와 룸메분이 가장 먼저 도착했기 때문에 책상을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주셨는데요, 당연히도 창문쪽에 붙어있는 2개의 책상을 골랐답니다. 일하다가 지쳐서 고개돌리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말도 안되는 곳이니까요. 룸메분은 구석이 좋다고 하셔서 저 안쪽 자리에, 저는 창문 바로 옆자리에 앉기로 협의하고 가져온 업무용품들을 하나 둘 씩 풀어갑니다. 

 짠! 세팅이 완료된 제 책상이예요. 업무를 위한 맥북과, 텀블러, 그리고 테스트폰 2개와 블루라이트 안경을 챙겼고요. 매직키보드와 매직패드, 매직마우스도 야무지게 챙겨서 잘 설치했답니다. 그리고 에어컨이나 바닷바람으로 몸이 추워질 것을 대비하여 회사에서 나누어 준 후드집업도 의자에 걸었어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했어요.

 도착해서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고 업무공간을 세팅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덧 4시가 되었어요.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 동안 잠시 업무를 하고, 7시에는 담당자분과 담소회를 했습니다. 동그랗게 모여앉아 자기소개도 하고요,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워케이션에 왔는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남해도 어둑어둑해지고 잠에 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
 해 오는 버스에서 잠을 자긴 했지만, 여전히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날도 일찍 잠을 청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숙소 앞에서 잠시동안 바다를 쳐다보고 들어왔어요. 귀여운 고양이도 마주했고요. 이렇게 남해에서의 첫 날이 지나갑니다. 15일 동안 남해에 머물게 될텐데요, 잘 알지도 못하는 남해에 첫눈에 반해버려서 벌써부터 떠날 생각에 아쉬워져버린 저였습니다.




 서울에서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이 곳에서는 그런 생각이 안들더라고요. 숙소 도착하자마자 업무공간을 세팅하고, 모니터와 노트북을 연결 할 HDMI선이 없어서 불안해하고 뚝딱이던 나를 보며 "이따가 알려드릴게요. 천천히 하세요."라며 워~워~릴렉스 시켜주시던 담당자님의 한 마디를 듣고, 비로소 남해에 왔다는걸 실감하게 되었어요. 



 이전에 워케이션 참여한 기수분 중 한 분은, 남해의 워케이션 생활이 무지하게 만족하셔서 실제로 머물기 위해 남해에 집을 하나 구매하셨다고 해요.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그렇게까지 했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남해에 머문지 3시간 만에 그 분께서 왜 그런 결정을 하셨는지 이해해버렸답니다. 잔잔하지만 날렵한 파도가 치는 해변, 귀엽고 야무진 냥이들이 유유히 걸어다니는 골목, 그리고 가만히 있어도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이 곳! 앞으로의 남은 여정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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