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구분

#우리는 왜 참지 못하는가

by 무정


'의지' 국어사전에 따르면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최근에 '의지의 충돌'을 경험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시기에, 고된 일과를 마치고 누군가와 만나서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런 경우



다이어트를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오늘 하루를 보상해야 한다는 의지가 충돌한다.



이 순간,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혼란스럽다. 참자니 괴롭고, 먹자니 나중에 후회할 거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의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지적 의지'와


'본능적 의지'로.



인지적 의지는 본인이 추구하고 있는 목적과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의 방향이라면,


본능적 의지는 생물학적인 반응으로 항상성 유지의 차원에서 나타나는 행동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공해야 해'



'다이어트해야 해'


더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인지적 의지라면,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는


생물학적으로 현재 상태가 불안하기에 나타나는 항상성 유지 작용인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를 택한다.





왜냐하면, 인지적 의식은 미래의 보상을 현재로 당겨와서 유지하는 체제라면 본능적 의식은 지금 당장 해소해야 하는, 강렬한 충동이기 때문에 후자에 의해서 전자가 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는 '먹고' 후회한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언제나 의지를 불사르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 해야 해!' '어떻게든 참아야 해!'라면서 마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는 거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 하지만 언제나 실패한다.






인지적 의지는 본능적 의지를 절대 이길 수 없다. 본능적 의지는 '살아남기 위한 강렬한 행동 기제'다.




지금 이 순간이 급한데,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겠는가.










습관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의지'를 불태울 때 개입하는 호르몬은 '세로토닌'인데 세로토닌의 지속시간은 72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괜히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특정 습관을 유지하거나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무언가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지적 의지'를 믿고 있어서만은 안된다. 인지적 의지를 강화함과 더불어 본능적 의지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어하는가?




본능적 의지가 개입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내 몸이 편안하면 된다는 말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치면,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오전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점심에 찔끔 먹으며 열심히 일했다고 치자. 심지어 일하다가 동료와 트러블이 생겨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백이면 백, 저녁에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돌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는 고사하고 살은 더 찔 것이다.





이는 인지적 의지를 믿고 본능적 의지가 개입할 틈을 줘서 생긴 사례로, 결코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 되는 전략이 아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포만감은 길게 느끼면서 살은 찌지 않고,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적절하게 유지해 줄 수 있는 식단을 미리 구상하여, 배고프기 이전에 먹어야 한다.




예를 들면,



오전에는 그릭 요거트 + 견과류, 프로틴 쉐이크를 먹고


오후에는 양배추 샐러드와 연어 스테이크 또는 소고기 스테이크,


저녁에는 두부 샐러드






처럼 식단을 미리 정해놓고 배고파지기 전에 섭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본능적 의지가 전혀 개입할 틈이 없다. 포만감이 길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고,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어 굳이 "무언가를 먹어!"라고 소리칠 필요가 없으니 본능적 의식은 제어되고 인지적 의식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발동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평소에 사람을 만나지 않고 오로지 운동과 책, 자기 계발에만 매진하며 하루에 10시간 이상의 노동을 주 6일 반복한다. 일요일이면 하루 종일 카페에 틀어박혀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목표와 목적의식이 아주 뚜렷하고 해야 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독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날 저녁, 누구라도 불러서 같이 저녁을 먹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무조건 후회할 텐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충동에 휩싸일까?






이유는,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 상태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당분 가득한 탄수화물 같은 고에너지 식품이 당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는 옥시토신 수치가 흔들리는데, 이는 연인 사이에서 분비되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으로, 옥시토신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여 몸의 안정을 되찾으려는 항상성 유지 작용인 것이다.





이런 생물학적인 반응으로 우리 뇌는 신호를 보내고, 그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 외롭고 배고픈데


아무나 불러서 밥 먹고 싶다."



이 말을 뇌의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옥시토신 보완하고,


당분을 섭취하여 코르티솔 수치를


완화하라"




가 되는 것이다.




이때가 본능적 의지와 인지적 의지(목적의식)이 충돌하는 때이다.




외로워서 전 남자친구한테 연락하고 불러서 밥 먹고 났더니 다음 날 돼서 시간 아깝고 귀찮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혼동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지금 당장 해결하라고 소리치는 몸의 신호를.



이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구분해야만, 인생이라는 장기 마라톤에서 간섭받지 않고 방해받지 않으며 오로지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뭐가 먹고 싶고 외로운 느낌이 든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안정을 취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수치를 낮춤으로써 이 말도 안 되는 뇌의 신호를 제어해야 한다. 잠을 자거나,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 것으로.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