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정말 다 비슷한가-6장

아마존에서 K-Beauty가 길을 잃는 진짜 이유

by 박지원

Chapter 6
기능도, 기억도 아닌 것


사람은 생각보다 기능으로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으로도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이 말은 마케팅 교과서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기능은 '합리화'에 가깝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성분이 좋아서 샀어요." "효과가 검증돼서 골랐어요." 하지만 이 말은 구매의 이유라기보다는 구매를 설명하는 말에 가깝습니다. 실제 구매는 대부분 그보다 먼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뭔가 눈에 띄었고, 지금 나한테 맞는 것 같았고, 고민할 이유가 줄어들었고, 그래서 눌렀습니다. 그 다음에야 사람은 이유를 찾습니다. 기능은 이후에 붙는 정당화 장치입니다.


기억은 '브랜드'가 아니라 '상황'에 붙는다


"이 브랜드 본 적 있어." 이 말은 실제로는 이렇게 작동합니다. "이 상황에서 전에 봤던 게 떠오른다." 사람의 기억은 브랜드 단위로 저장되지 않습니다. 밤에 쓰는 크림, 피부 뒤집어졌을 때 바르던 것, 여행 갈 때 챙기던 것. 이런 사용 맥락에 붙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브랜드 검색이 적은 것입니다. 사람은 브랜드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쓸 때의 장면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능도, 기억도 안 된다면?


여기까지 오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그럼 도대체 뭘로 사는 건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의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사람은 '개념'을 삽니다.


개념은 기능 위에 얹힌다


개념은 기능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기능 위에 얹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능이 '여드름 패치'라면, 개념은 "짜지 말고 붙여라"입니다. Hero Cosmetics가 여드름 패치 시장을 만든 이유는 패치 기술이 압도적이어서가 아닙니다. "여드름은 짜는 게 아니라 붙이는 거다." 이 문장이 하나의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K-Beauty의 오해받은 성공 사례


많은 사람이 말합니다. "K-Beauty는 루틴으로 성공했다." 반은 맞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놓친 말입니다. K-Beauty가 판 것은 '관리'가 아니라 '관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러 개를 쓴다, 순서를 지킨다, 쌓아 올린다. 이것은 기능 설명이 아닙니다. 행위의 개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품이 아니라 방법을 따라 했습니다.


개념은 비교를 늦춘다


개념이 작동하면 사람의 머릿속에서 비교의 순서가 바뀝니다. 기존에는 뭐가 제일 좋지? 리뷰 몇 개지? 제일 싼 건 뭐지? 하지만 개념이 생긴 후에는 이렇게 됩니다. 아, 이런 경우엔 이걸 쓰는 거구나. 그럼 이게 맞네. 가격은 그 다음. 비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뒤로 밀릴 뿐입니다. 하지만 이 몇 초가 아마존에서는 치명적으로 중요합니다.


이 장의 결론


이 장의 결론은 불편하지만 명확합니다. 아마존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는 '더 좋은 제품'을 판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팝니다.


이 생각은 검색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기능을 숨기지도 않으며, 기억에만 기대지도 않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이 책은 철학 에세이로 끝납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개념이 어떻게 실제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장난감 전략'으로 오해했는지를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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