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과 교육의 사법화

by 연산동 이자까야

16일 부산시교육청이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시행한 이번 조사는 지난해 2학기부터 지난 5월까지 학생들이 경험한 학교폭력을 대상으로 했는데요. 부산에서는 초중고와 특수학교 등 633곳의 초4~고3 학생 22만6275명 중 91.3%(20만6412명)가 참여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이 2013년 정부 조사가 시작된 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산지역 초중고 학생 2.6%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인데요. 이는 전국 평균치(2.5%)를 웃돕니다.


최근 5년간 부산지역 초중고 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21년 0.9% ▷2022년 1.7% ▷2023년 1.9% ▷2024년 2.1% ▷2025년 2.6%로 꾸준히 증가했는데요. 특히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은 5.4%로, 전년보다 1.0%포인트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전국 평균(5%)보다도 높았죠. 중학생은 1.9%, 고등학생은 0.6%로 전년보다 각각 0.5%포인트, 0.2%포인트 상승했으나 전국 평균치보다는 낮았습니다.


시교육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초등학생이 대인관계 및 갈등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교폭력이 확산한 것으로 분석했고요. 경미한 사안까지 신고하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수치가 오른 부분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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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학생이라는 점에서 사안이 특수한데요. 아직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이기에 보통 어른인 교사와 부모 선에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폭력 담당 부서 부장, 담임교사 등 어른의 태도와 관심 정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죠.


가해자가 학생 신분이라는 것은 처벌이나 지도에 제약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교육받을 기회를 뺏으면 안 되고, 학교폭력 중재 절차를 진행하면서 정서적 문제가 없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하죠.


가해자에 대한 교사의 지도에도 한계가 생기는데요. 자칫 정서 학대 등의 이유로 소송에 시달릴 수 있어,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중재'하려고 하기보다 '원칙대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통상 담임교사는 지속적인 상담으로 피해자의 정서 건강 회복을 돕습니다. 대부분의 행정 절차가 끝나면 피해자의 피해 정도에 따라 'Wee 클래스' 상담교사와 담임교사가 연계해 피해자를 살피는데요. 하지만 이것이 끝입니다. 피해 예방책은 마련하지 않죠. 절차상 요구되는 바가 없으면 사건이 종료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중재 절차를 철저하게 진행해서 문제 발생 여지를 남기지 않고,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는 셈인데요. 이러니 학교폭력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결국은 '교육의 사법화'가 문제


정부는 가해자에게 대학입시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까지 도입했지만, 학교폭력이 줄기는커녕 되레 늘었습니다. 그동안 교육 당국의 학교폭력 대책은 엄벌에 방점이 놓였는데, 이런 대책은 문제 해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교육부 조사로 드러났죠.


가해자 지도에는 제약이 많고, 피해자 구제는 빈약합니다. 교사는 무고와 소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원칙'과 '절차'에만 집중하죠.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교육 당국의 미온적 대응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지만, 결국은 '교육의 사법화'가 만들어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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