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통화스와프'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에서 '제2의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이라며 대미 투자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한도와 만기 제한조차 없는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초강수를 미국에 공식 요구했죠.
통화스와프는 자국 화폐를 상대국에 맡긴 뒤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입니다. 주로 외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거래가 중앙은행 간 채널을 통해 신속하게 이뤄지고 관리 비용도 발생하지 않아 신용 경색으로 외화 유동성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 효과를 발휘합니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돼 주가나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충격이 발생할 때 통화스와프를 가동하면 시장의 불안과 충격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는데요.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외환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요. 무역 협상과 신뢰 제고를 위한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지금까지 두 번 통화스와프 계약을 채결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0월 3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는데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당시 한국을 비롯한 14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가 2010년 대부분 종료했습니다. 이어 한미 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에 규모를 600억 달러로 늘려 통화스와프를 시행했는데, 이 계약 역시 이듬해 말 종료됐죠. 두 차례 모두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앞선 사례처럼 위기 상황도 아닌데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간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소환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 외신 인터뷰에서 “(한미 간)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화보유액은 4162억9000만 달러입니다. 여기서 3500억 달러는 우리 보유액의 84%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죠. 단기간에 이만큼의 달러가 빠져나가면 신인도 하락으로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충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미국 요구대로 투자하면 탄핵당할 것"이라고 말하며 한미 통화스와프와 같은 대비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입니다.
미국 연준은 달러 부족 사태가 파급될 가능성이 있을 때만 비기축통화국과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왔습니다. 따라서 무역 협상과 연계한 통화스와프 계약이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과거에도 한국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희망했으나 연준 요건 등 여러 이유로 성사되지 않은 사례가 있죠. 그렇다고 어렵사리 합의점을 찾은 한미 간 무역 협상 불씨를 꺼뜨릴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