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부산이 받은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2023년 11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획득하며 119표를 쓸어 담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처졌습니다.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참여국 3분의 2 이상 표를 얻은 국가가 나오면 그대로 승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합니다. 사우디는 투표에 참여한 165개국 중 3분의 2인 110표를 넘긴 119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죠.
우리나라는 1차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표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하면서 이탈리아를 누른 뒤 결선 투표에서 사우디에 역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실패했습니다. 2차 투표까지 올라가는데 무리 없을 것이라던 정부 설명이 무색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민관 합동으로 꾸려진 엑스포 유치위원회는 2022년 7월부터 509일 동안 지구 495바퀴(1989만1579㎞)를 돌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개국을 찾아 96개국 462명(정상 110명),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25개국을 방문해 203명(정상 74명)을 만나 부산 유치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13개 기업은 174개국 2807명(정상 382명)을 만나 민간 외교를 펼쳤습니다.
대통령의 맞춤형 외교 덕분에 엑스포 유치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왔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저 역시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 직접 전화 통화도 했지만 민관이 접촉하면서 느꼈던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결과 예측 실패에 대해 인정했습니다.
부산시와 정부는 지난달 28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백서'를 공개했습니다. 엑스포 부산 유치가 실패로 돌아간 지 정확히 2년 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비상계엄과 조기 대선 영향으로 예정보다 1년 늦게 발간됐죠.
백서는 근거도 없이 70~80표를 자신할 정도로 "대통령실의 유치 성공 기대감이 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엑스포 유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5회에 걸쳐 진행됐으나 설득 메시지가 부족하고 인기 한류 스타들만 등장시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경쟁국 대비 유치 활동을 뒤늦게 시작해 지지세를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2014년부터 10년간 활동을 담은 309쪽 분량의 백서는 기획 준비 활약상에 대부분 할애됐고, 참패 원인을 진단하는 중요 항목인 '총평, 시사점'은 19쪽에 그쳤습니다. 예산 설명도 고작 2쪽뿐이었습니다. 부산시와 정부 유치위원회가 예산 1217억 원을 썼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했는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상공계가 23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하는 등 수백억 원에 이르는 시민 기부금 사용처도 알 수 없죠.
부산시는 백서를 공개하면서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2040 엑스포 재도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경남·전남과 함께 해양과 섬을 주제로 하는 엑스포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죠.
3개 시도의 공동 유치 추진은 지난달 3일 박완수 경남지사가 확대간부회의에서 언급하면서 공개됐습니다. 이에 부산시는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경남에 공동 유치를 제안했고, 경남이 전남에 건의하면서 실무 협의를 앞둔 단계라고 해명했습니다. 시민사회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한 반성이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재도전을 공식화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3개 시도의 공동 유치 논의는 아이디어 수준에서 제안됐고, 실무진들이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앞선 시민 여론조사에서 월드엑스포 재도전에 대한 찬성 의견이 60% 이상으로 나타났지만, 최종 재도전 여부는 시도민 의견을 먼저 물은 다음 단독 또는 공동 등 유치 방식을 결정하고, 국가사업으로 결정하는 순서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