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성지 '부산' 거리응원이 없다니

by 연산동 이자까야

전 2002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거리 응원을 잊지 못합니다. 수많은 시민이 거리에 모여 “오 필승 코리아”와 “대한민국”을 외쳤던 그 순간을.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마음으로 뭔가를 외쳤던 순간이 있을까요. 3·1만세운동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하지는 못했습니다. 폭압적인 일제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죠.


1987년 6월 군부 독재정권에 맞서 온 국민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거리를 가득 메웠지만 월드컵 응원보다는 못했을 겁니다. 물론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며 당국의 탄압에 결연히 맞선 것과 축제처럼 승리의 기쁨을 맛본 것을 단순하게 비교할 순 없을 겁니다.

러시아월드컵이 열린 2018년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시민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2022 카타르 월드컵 기간 부산에서는 거리응원이 없다고 합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있겠지만 이태원 참사의 분위기도 한몫한 듯합니다. 아쉽네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다시 한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필요한데.


월드컵 역사에서 부산이 어떤 곳입니까. 아시아 축구 사상 1차전을 승리로 이끈 나라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최초로 승리한 곳이 바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입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폴란드를 상대로 1차전을 벌여 무려 2골을 넣고 4강 신화를 시작한 곳입니다. 축구팬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부산시체육사업소는 지난 9월 아시아드주경기장 대관 문의가 들어왔으나 11월부터 잔디

와 조명 공사를 해야 해 거절했다고 합니다. 원아시아페스티벌과 BTS콘서트 등으로 잔디가 많이 손상됐기 때문입니다.


부산지역 구·군도 주최하는 응원 행사가 없습니다. 그동안 월드컵이 열릴 때면 해운대 광안리 서면 등지에서 거리응원이 펼쳐졌습니다. 스크린과 무대를 설치해야 해 구·군 주관이 아니면 막대한 비용 때문에 거리응원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군은 이태원 참사의 영향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차피 첫 겨울월드컵이라 날씨도 춥고 하니 집에서 응원해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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