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무비',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패스트무비'로 정했어요. 영화 '베놈' 시리즈를 전부 재밌게 본 라노는 지난 23일 개봉한 '베놈: 라스트 댄스'를 영화관에 가서 보고 왔는데요. 사실 이런 시리즈물은 전작을 보지 않으면 다음 영화를 보는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이전 영화의 줄거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가야 하잖아요. 그 탓인지 "유튜브로 전 시리즈 요약본을 보고 왔다"고 말하는 관람객을 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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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 등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영상 콘텐츠를 '패스트무비'라고 합니다.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말 포함 영화 리뷰' '드라마 전 시리즈 2시간 안에 정주행하기' 등의 콘텐츠가 패스트무비에 속하는데요. 짧게는 10분 내외, 길게는 2시간 안팎으로 내용을 압축해 리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등장인물, 주요 요소 등에 관한 간략한 해설을 제공하기도 하죠.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할지 고민될 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콘텐츠로 인식되는 패스트무비는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인 사이에서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영상 콘텐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출퇴근길에, 밥 먹으면서, 잠들기 전, 집콕하는 주말 등 습관적으로 영상을 시청하죠. 지금도 새로운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장르도 형식도 다양한 콘텐츠가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시간을 사로잡기 위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유행인 콘텐츠, 보고 싶은 콘텐츠, 궁금한 콘텐츠, 못 보고 넘어갔던 콘텐츠 등 이 모든 걸 다 챙겨 보려면 시간도 부족하고, 피로감이 느껴집니다. 압박감을 느끼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2시간 분량의 영화를 10분 만에 결말을 포함해 요약해 주고, 20회짜리 드라마를 줄거리를 전부 파악할 수 있게끔 정리해 주는 패스트무비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패스트무비는 코로나19 이후 OTT 산업의 급성장과 맞물려 패스트무비 시장 또한 급격하게 확장됐습니다. 그래서 제작사가 콘텐츠 홍보 차원에서 결말이 포함되지 않은 영화·드라마 리뷰 콘텐츠 제작을 허가하고 지원하기도 했죠. 문제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콘텐츠를 편집해 결말까지 알려주는 패스트무비의 개수가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요약 영상으로 작품 내용과 결말까지 파악해버린 시청자로서는 비용을 지불하며 영화관을 찾거나, OTT를 구독하고, 방송을 챙겨볼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게다가 불법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죠. 이에 따른 ①패스트무비 제작자들의 부당 이득 ②원본 콘텐츠 가치 하락 ③원작 내용 왜곡 등의 부작용이 따르는 것인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패스트무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데요. 패스트무비는 저작권법상 복제법, 전송권, 공중송신권, 2차적 저작물작성권, 동일성 유지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높습니다. 원작자의 허락 없이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편집하는 행위는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순히 줄거리와 주요 장면만 잘라 붙인 단순 요약본 형태의 패스트무비는 새로운 저작물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한 지상파 방송사가 패스트무비를 올린 유튜브 채널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전까지는 국내 제작사나 저작권자가 이런 유튜브 채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요. 패스트무비에 대한 판례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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