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지형 바꿀 '대법관 증원법'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대법관 증원법'으로 정했습니다. 입법권과 행정권을 동시에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여당이 된 민주당은 지난 정권에서 통과하기 어려웠던 법안들을 압도적 의석수로 밀어붙이는데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지난 4일 대법관 증원법으로 불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며 입법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대법관 증원법은 현재 14명(대법원장 포함)인 정원을 최대 30명까지 증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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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대법관 증원법을 추진하는 공식적 이유는 '재판 지연 해소'입니다. 대법원에는 연간 약 4만 건의 상고 사건이 몰리고, 대법관 1인당 사건 처리 건수는 3000건을 넘어섰습니다. 하루 평균 9건 이상 판결을 선고해야 할 정도로 업무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쏟아지는 사건 때문에 재판이 늦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돌아갔습니다. 민주당은 대법관을 늘려야만 이런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사로 사법부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법관 증원법의 방식과 의도를 문제 삼으며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측은 "노골적 입법 독재"라며 대법관 증원법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는데요.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대법원을 이재명 정권의 방탄 기구로 전락시키려는 노골적 입법 쿠데타"라고 비판했고요. 장동혁 법사위원은 "이 대통령이 자기 마음에 맞는 16명을 늘려서 결국은 자기편 들어줄 대법관을 과반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비판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대법관 증원법 부칙을 보면 법안이 공포된 뒤 1년간 유예 기간을 거친 후 4년 동안 매년 4명씩 총 16명을 증원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대통령은 대법관 16명 전원의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요. 여기에다 임기 5년 동안 대법원장 포함 기존 대법관 10명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대통령은 총 26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셈입니다. 대통령과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인사가 대법원에 대거 입성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죠.


조희대 대법원장은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며 "앞으로 법원행정처를 통해 계속 국회와 협의할 생각"이라고 했는데요. 정치권 주도의 급작스러운 대법관 증원에 반대 견해를 밝히면서 속도를 늦추고, 사회적 합의부터 거치자는 메시지를 국회에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단기간에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를 새로 임명하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대법관 수만 대폭 늘리는 개정안은 상고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대법원의 본래 기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전했죠.


민주당은 소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뒤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은 일단 보류했습니다. 민주당의 속도전에 이 대통령이 우려를 표하며 막아선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대법관 증원은 대선 공약이지만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과 협의 없는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죠. 이 대통령이 제동을 걸면서 대법관 증원법 논의도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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