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갚은 빚' 탕감합니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배드뱅크'가 무엇인지 설명해보려 합니다. 배드뱅크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빚을 조정·탕감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정부는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배드뱅크 예산 4000억 원을 포함했고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다음 달 안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한 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연체 채권 매입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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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뱅크는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 채권을 인수한 뒤 이를 정리·재조정하는 특수목적기구입니다. 은행의 나쁜 자산만 모아 관리한다는 의미로 배드뱅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1988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배드뱅크는 기관이 빚을 정리해준다는 점에서, 개인이 직접 신청해 법원 절차에 따라야 빚을 청산할 수 있는 개인회생과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누적된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한 뒤 연체 채권을 사들여 소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만기 연장된 대출 금액은 약 50조 원입니다. 이 가운데 오는 9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은 47조4000억 원에 달하고요. 특히 원금과 이자 상환을 모두 유예해준 대출은 2조5000억 원으로, 이는 향후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빚은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으로 생긴 만큼 정부가 책임져야 하고, 채무 탕감이 실물 경제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물론 모든 빚을 무조건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엄격하게 심사해 갚을 능력이 정말로 없는지를 판단합니다. 7년 이상 연체된 원금 5000만 원 이하 개인 채무가 대상입니다. 정부는 약 113만 명이 보유한 16조4000억 원 규모 빚이 여기에 해당할 것으로 보죠. 이 사업에는 약 8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절반인 4000억 원은 2차 추경으로, 나머지 4000억 원은 금융권 참여로 조달할 계획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이미 현황 조사에 들어갔는데요. 대상자가 신청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정부가 먼저 정리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지원 속도를 높인다는 게 정부 구상입니다.


배드뱅크를 찬성하는 쪽은 빚을 갚지 못해 신용거래를 할 수 없게 된 취약계층에 재도약 기회를 주는 것이 오히려 국가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효과가 크고, 부실 채권을 정리하면 금융회사 건전성도 좋아진다는 것. 재정 부담에 대해서는 약 16조4000억 원의 빚을 처리하는 데 8000억 원밖에 들지 않기에 효율 높은 정책이라고 설명하고요. 빚의 상당액은 '어차피 받지 못하는 돈'으로 취급해 금융권이 장부상 0원으로 처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반면 이를 반대하는 쪽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합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도덕적 해이'인데요. 정부가 부실 채권을 떠안는 선례가 반복되면 채무자들은 위험 감수 없이 과도한 차입을 하게 됩니다. 금융기관 역시 문제가 생겨도 정부가 부실을 막아줄 것으로 믿으며 대출 심사를 느슨하게 운영하게 되고요. 채무 탕감 정책이 오히려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채무 탕감이 결국은 자영업자 이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가 직접 부실 채권 인수에 나서거나, 공공기금이 이를 뒷받침하면 국가 부채가 쌓이는데요. 국채 발행이 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이 증가합니다. 그러면 채권의 가격은 내리고, 금리는 오르게 되죠.


높아진 국가 채무 비율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우리 금융기관의 조달 금리 자체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금리 인상이 다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금융 비용 증가라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요. 배드뱅크 정책은 경기 회복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될까요. 아니면 또 다른 경기 침체의 신호탄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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