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가축에 미치는 영향

by 연산동 이자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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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일생했'소'
지난달 25일 오전 10시20분께 경남 진주시 대평면 신풍리 일원 진양호에서 소 한 마리가 발견됩니다. 절벽 밑 바위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목을 내밀고 있던 소는 몸 절반가량이 물에 잠긴 채 힘겹게 버티고 있었는데요.


실종자를 찾기 위해 진양호 쪽을 수색하던 중 소를 발견한 경찰은 소방과 진주시에 도움을 요청해 구조 작업을 시작합니다. 수백 ㎏에 달하는 소의 무게 때문에 배를 이용한 구조는 어렵다고 판단해 소싸움협회 소속 소 전문가 2명도 불렀죠.


뿔에 끈을 매고 소가 스스로 헤엄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 구조에 성공했는데요. 발견된 지 5시간여 만에 물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경찰은 소의 귀에 부착된 개체식별번호로 소유주가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서 축산업을 하는 60대 A 씨임을 확인했는데요.


지난달 19일 산청군에 쏟아진 극한호우로 A 씨의 축사가 유실됐고, 이 과정에서 소가 빗물에 휩쓸려 인근 강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진양호까지 가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조된 소는 실종 엿새 만에, 그것도 16㎞ 떨어진 곳에서 구조돼 다시 집으로 돌아갔죠.


가축 '수난시대'
올해는 가축 '수난시대'입니다. 지난 3월 '괴물산불'에 이어 7월 초부터 시작된 '극한폭염', 연이어 찾아온 '집중호우'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친 재난으로 가축 폐사가 잇따랐습니다.


지난 3월 22일부터 열흘 가까이 영남 일원을 불태운 산불은 11개 지역, 9만9289㏊를 집어삼킨 뒤 213시간34분 만에 가까스로 진화됐습니다. 산불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됐는데요. 온난화 영향으로 따뜻한 겨울과 봄이 이어지는데, 강수량은 줄어든 탓에 고온·건조한 날씨가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


이 산불로 축사 217채가 소실됐고요. 닭 17만9000마리, 돼지 2만5030마리, 소 251마리 등 가축 20만여 마리가 폐사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이르게 시작됐다가 이례적으로 일찍 끝났는데요. 이후 무더위가 지속되다 갑자기 많은 양의 비가 전국에 쏟아졌습니다.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전례 없는 '물 폭탄'이 쏟아져 전국이 아수라장이 됐죠.


이번 집중호우로 축산 농가는 심각한 피해를 봤습니다. 닭 148만 마리, 오리 15만1000마리, 메추리 15만 마리, 소 864마리, 돼지 775마리, 염소 223마리 등 178만여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는데요.


숨 돌릴 틈도 없이 찾아온 폭염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6월부터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을 찍더니 올여름 일 최고기온과 밤 최저기온 평균은 역대 1위,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각각 역대 3위와 2위를 기록했죠.


현재 한반도는 두 겹의 고기압에 갇혀 열에너지가 대기 상층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돼 고온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요. 역대급 더위로 기억되는 1994년과 2018년 여름보다 올해가 더욱 더운 해로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


이례적 더위에 가축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가축 103만5859마리가 폐사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16만5654마리)과 비교해 피해가 6배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양식 어류도 2030마리가 폐사했죠.


기후 위기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물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죠.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 가축 폐사가 끝없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종의 물가는 오르고, 농가는 신음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1년 후 농산물 가격은 2%,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높아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기후 인플레이션'으로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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