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옥수수

여름의 호출음

by 볕뉘

옥수수. 여름의 호출음

어릴 적 우리 집 여름엔 옥수수가 풍년처럼 쌓였다. 한 아름씩 옥수수를 따다가 큰 솥에 가득 넣고 푹푹 삶았다. 그 모습은 마치 여름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어느 집이든 여름 저녁이면 들려오던 소리가 있다.

“치익~” 하고 압력솥에서 나는 김 빠지는 소리.

가끔은 "톡톡톡" 물방울 튀는 소리도 섞인다.

그건 어김없이, 옥수수가 삶아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엄마는 한 번에 서너 줄씩 껍질을 벗긴 옥수수를 큰 솥에 넣고, 물을 붓고 소금을 살짝 뿌렸다.

그다음 뚜껑을 덮고, 중간 불에 올려두면 부엌엔 어느새 옥수수 특유의 구수하고도 달큼한 향이 번졌다. 그 향은 냄새라기보다 기억처럼 느껴졌다.

바람을 타고 방까지 스며들고, 서서히 온 집안의 기분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옥수수가 다 삶아졌다는 건 압력솥이 마지막 큰 숨을 내쉴 때 알 수 있었다.

"쉬이 이익~! "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볕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매일 찾아오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문장과 사람을 잇는 소명으로 마음 서재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68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