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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뉘 Aug 16. 2024

마음을 반짝이게 하는 것

끄적끄적 쓰는 이유

습작-국어사전 의미

시. 소설. 그림 따위의 작법이나 기법을 익히기 위하여 연습 삼아 짓거나 그려 봄. 또는 그런 작품.


바삭하게 구워진 토스트 위에 녹아내리는 버터의 향기,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창가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잔잔한 리듬. 우리는 매일 이런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 때로는 이러한 순간들이 너무 평범해서 지나치기 쉽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귀 기울여 보면 그 안에 아름다움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끄적끄적하기를 즐긴다.

누구한테 부탁받아 글을 쓰는 것도 아니요, 공모전에 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남들한테 보여 주기 위해 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쓰는 그 자체가 행복하기에 쓰는 것 같다.

한 편에 글이 완성되고 인스타나 블로그에 올릴 때면 꼭 세상 한가운데 발가벗은 채로 나를 드러내는 것 같아 소심한 나는 몇 번이나 주춤한다. 나의 글에 수준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나의 민낯을 드러내서도 아니다. 마음 저 깊숙한 끝자락에 내가 글을 써도 될까 하는 의문점이 들어서이다. 나 같은 사람도 글을 써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다. 그런데도 쓰는 것은 어쩜 세상을 향한 작은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용기란 녀석은 자신에 민낯을 보여 주는 순간 발현되기 때문이다. 지구의 종말이 오지 않는 한 매일매일 찾아오는 하루가 있는 한 써야 했다.

컴퓨터 하얀 화면에 커서가 깜박깜박하고 빈 화면에 글자가 하나하나 채워지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작은 희열을 느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채워지는 과정이 너무 좋아 쓰는 행위를 멈출 수가 없다. 중독이다. 합법적인 중독.

글을 쓰는 순간은 오로지 나인 것 같다. 누구에 엄마, 누구에 아내 누구의 딸이 아닌 인간 자체 나.

때론 적당히 소심하고, 때론 적당히 무례하며, 때론 적당히 밥벌이하고 사는 나.

커피를 마시고 무엇인가 끄적끄적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행위가 나를 숨 쉬게 한다.

그렇다고 뭐 내가 평소에 숨을 못 쉬고 사는 사람도 아니다. 솜사탕처럼 한없이 달콤할 것 같은 나의 일상도 어느 날은 폭풍 전야이고 또한 나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결핍 같은 것이 나를 옥죄여 오는 순간에 숨이 잘 안 쉬어진다.

꾸밈없이 머리 끈 하나 동여매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키보드를 두드릴 때 진정한 내가 되는 것 같아서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다.

쓴다는 것은 아무도 여행한 적 없는 나라는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밀려온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던 멋진 나라는 자아와 달콤한 로맨스 영화를 찍는 기분이랄까!

아무도 읽지 않은 책 한 권을 읽어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무엇인지

나를 의미 있는 일상으로 채워 가게끔 만들어 준다.

내면의 그릇을 채워 가는 기분이다.

나는 사실 남들과 비슷하게 적당히 애쓰면서 삶을 살고 싶었다. 적당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도감에 빠져 사실은 비겁하게도 100미터 달리기 하듯 전력 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백 프로 소진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쓸 때면 나의 모든 것을 끌어올려 소진하는 것 같다. 얄팍한 지식이나, 모호한 감정조차도 쓰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다.

세상에 얽혀서 상처받은 돌돌 말린 마음에 누군가가 다림질로 내 마음을 반듯하게 쫙 펴지게 해주는 것 같았다.

마음이 아프니 몸이 아팠다. 감정이란 놈은 발이 달려서 내가 어떤 것을 느끼기 전부터 저만치 도망가 숨어 버리곤 한다.

가면을 씌워서 적당히 사회생활 가장자리에 나를 넌지시 가져다 놓는다. 익숙한 듯 익숙해지지 않는 세상과의 타협 속에 나는 가면을 쓴 채 살아갔지만, 글을 쓰는 순간은 가면을 벗어던져 놓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나는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쓰는 삶 자체가 나이므로

그렇다고 내가 뭐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책을 써서 부를 추구 하고픈 사람도 아니다.

마음이 체한 날 쓰면서 한바탕 울고 나면 내일 다시 일어나 아무 일 없이 일상을 시작할 힘이 생긴다. 이게 진짜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오늘 하루를 사랑하며 나는 여전히 백발이 되어도 글을 쓸 것이다. 대가 없이 나를 지키는 나의 사람들과 함께 나의 글을 나누면서 서로를 응원해 가며 삶을 이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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