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어금니 깨물기>, 김지승 <술래 바꾸기>
11월에 내 곁을 머문 책들은 대부분 친구들의 손에서 건너왔다. 태어난 날을 축하하며 녹록지 않았던 삶 어느 순간을 지킨 말들을 내게 넘겨준다는 것이 무척 성스러워서. 자연히 경건한 마음이 되었다.
<어금니 깨물기>의 김소연과 <술래 바꾸기>의 김지승은 두 사람 다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작가다. 제목의 형식이 같은 데다 여성 노인의 이야기에 주목한 글이었기에 내 안에서 저절로 그것들을 하나로 묶었다.
김소연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시간 속에서 썼고, 김지승은 돌이킬 수 없는 마음보다 돌이킬 수 없는 몸이 더 사무치던 시기에 돌이키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며 썼다고 적었다. 선 자리에서 고요히 가라앉아야 할 것 같은 시절에 쓰인 글들이, 어째서 내게는 생경할 만큼 묵직한 활력을 느끼게 해주었을까. 왜 그들이 지나온 과거와 살아갈 미래를 지켜보며 나의 불행과 그들의 것을 견주고 아픈 얼굴로 오래 살고 싶게 했을까.
제목이 주는 힘 때문에 이 두 책을 펼칠 때면 무언갈 꼭꼭 씹는 입과 흰 천을 누군가의 등 뒤에 놓고 달아나는 발이 떠오른다. 그 역동성과 긴장감이 각자의 책과 꼭 닮았다. 무엇이 되었든 분명히 내게 상처를 남긴 것에서 더디게 멀어지며 회복을 갈망하는 그들의 응집된 목소리가 내 귓가를 떠나지 않고 고여있다. 나는 이들의 언어가 가진 그 집요한 생명력이 좋았다.
자신보다 더 많은 과거를 등에 업고 세상에 남겨진 노인을 추적하며 그들 역시 그랬을 것이다. 너무 선명한 것을 두려워하고, 너무 많은 말들을 버거워하는 노인들 앞에서는 나의 무엇도 빠르게 단촐해진다. 어디선가 나타난 의자를 어느 길목에든 놓아두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꼿꼿함을 보면서 지나치게 멀리 돌아걷는 나의 위치성이, 허무할 만큼 순식간에 명료해진다.
그러나 그 감각들은 다만 순간인지라. 우리는 자꾸만 잊고 공연히 같은 방식으로 헤매며 또 다시 삶을 지겨움 속에 빠트린다. 그러나 또, 여전히 어떤 이들은 남겨져 세상을 살아가기에 나와 다시 마주하여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알려줄 테다.
더 열심히 살기 위해 어금니를 깨물고, 모두 즐겁기 위해 술래를 계속 바꾸는 것처럼. 단순한 진실들을 무겁게 받들며 지켜나가고 싶다, 그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