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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연솔 Jun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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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생각하고,

해야만

해?>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한 일에 대해 뜬금없이 생각해 보았다. 이것은 회사 업무 중 잠시 한가 로움이 가져다준 여유이자 세상 쓸데없는 짓이자 어찌 보면 의미 있는 몸짓이다.

추후에 이직할 때 자기소개서에 쓸 수도 있잖아. 궤변 같은 변명을 뚝딱 비워내자 금세 생각에 몰두하게 된다.

왜?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던진 것 같아.라고 이내 속삭인다.

세상을 삐딱하게만 보지 넌.

너무 부정적이야 매사에.

그러면 나는

왜? 자식은 부모한테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되는 거야?

왜? 꼭 친구가 많은 게 좋은 일이야?

왜? 꼭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좋아하면 안 돼?

왜? 꼭 내성적인 성격은 바뀌어야만 해?

왜? 꼭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만나봐야 해?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이 한 일은

그 질문을 던지고 도망가는 일.

대답은 이미 있지만 늘 입 밖으로 내뱉기란 너무 어렵다.

언제나 이해되지 않은 것들이 많으면서 쉽게 지치고 쉽게 포기했다.

내게 쉽게 지치고 포기하고픈 맘을 먹게 하는 것들은 반드시 먼 훗날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당장 지나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명확하게 깨달아버렸다.

과연 그 시간을 잘 지나왔는지 단순하게 도망쳐왔는지.

너무 많이 도망쳐왔다는 걸 깨닫고 너무나도 서글퍼졌다.

설령, 불만이 많다고 해도 왜 이렇게 삐딱하게 서있냐고 말해도

분명 맘이 편하거나 쉽지 많은 않다.

나 역시 다수의 생각과 같고 싶다.

진정으로.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깊은 의미를 해석하려 하지 않고.

의도를 파헤치는 것보단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을 상대하고 싶다.

대열을 이탈하지 않고

언제나 발맞춰서 따라 걸으면 얼마나 편한지.

그게 진정으로 내려놓음은 아닐까? 슬며시 언젠가는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일렁였다.

그러나 그놈의 나다움이란 건 또 무엇인지.

왜 꼭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냐고?

이게 나라서.

사랑이 없다고 믿는 메마른 가슴이면서도 언제나 물을 주고 싶은 소녀를 한 명 데리고 다닐 거야.

여전히 제일 좋아하는 건 여름에 시원한 보리차에 밥을 말아 김치나 무말랭이를 얹어 한 공기 뚝딱 해치우는 거고.

비밀이지만 한밤중에 스트레스받으면 락 밴드 음악을 틀어놓고 머리도 흔들어.

그 나이 먹고 아직도 아이돌이 좋으냐고 물으면 블링블링 샤이니 노래를 어제도 들었다고 말하지.

천성이 게을러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주말을 보내다가 허리에 담이 걸리기도 해.

사실은 헛똑똑이라서 요리하려고 주방가위로 소면을 잘랐는데 그 주방가위를 아직도 못 찾고 있지. 냉장고에 넣었을까?

가끔은 옛 친구들이 써준 손 편지를 뒤적이며 아름다운 시절에 마음이 울려 한바탕 울기도 해.

말도 안 되는 비관주의자도 하고 말도 안 되는 낙천주의자도 할 거야.

쓸데없는 망상에도 흠뻑 빠질 거고 가슴에 품은 꿈도 이뤄낼 거야.

무엇보다

낭만을 믿을 거야.

철딱서니 없든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하든.

왜 안 되는데?

철마다 아름드리 꽃다발을 껴안고 집으로 돌아올 거야.

제일 잘 보이는 머리맡에 낭만을 한 움큼 두는 거지.

그 꽃이 시들 기도 전에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쓸 거야.

잘하든 못하든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거지.

이게 왜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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