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발령을 받은 윤하는 밝은 색 립스틱에 한껏 멋을 낸 원피스를 즐겨 입는 새내기였다. 화사한 미소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은은히 풍기는 목화향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람들은 윤하의 나이가 궁금했고, 애인이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도 알고 싶어 했다. 칙칙하고 단조롭던 사무실에서 그녀는 쉴 새 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윤하도 설희처럼 분주하다.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것도, 야무진 일 처리도 없었지만 쉬지 않고 부산스럽다. 앉은자리에는 수많은 일거리를 흘리고 다녀도 사람들은 윤하의 자질 어지는 웃음과 산만한 몸짓을 좋아했다. 그녀의 자잘한 실수는 설희의 꼼꼼함으로 채워지며, 사무실은 이상한 조화와 질서가 자리 잡히고 있었다.
설희는 사람들이 그런 윤하에게 관대한 것은 오로지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목화향과 잘 어울렸고 웃을 때 살며시 흔들리는 머리카락도 고왔다. 선 넘은 농담도 자연스럽게 넘기는 다정하게 잘 꾸며진 꽃 같았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온기는 지루한 일상의 위안이었고, 윤하의 영역에는 사람들의 관심과 친절, 그리고 동료들의 너그러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설희가 윤하의 아름다움이 못마땅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차지한 귀퉁이는 사실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날의 윤하의 관심은 오랜 세월을 공들인 설희의 질서에 엉클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