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 종일 집을 정리했다.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오늘 나는 수십 개의 물건을 제자리에 놓았고, 몇 개월간 미뤄온 서랍을 다 꺼내 정리했고, 아이들이 더 편하게 공부하고 놀 수 있도록 공간을 전체적으로 바꿨다.
우리 집은 사람보다 책과 옷이 더 많이 사는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집 구조를 바꾸는 일은 작은 이사만큼이나 큰 작업이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인지 오래지만, 여전히 나는 맥시멀리스트이고 남편도 그렇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씩 잘 비워내고 있다. 비우는 것도 연습이고 훈련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꼭 맞는 것들로,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으로 가득한 집이 되기를 소망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은, 우리 가족이 가장 오래 머문 집이다. 중국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을 땐 1~2년마다 이사를 다녔고 한국에 돌아와서 얻은 지금 이 집에서는 벌써 6년째 살고 있다.
숲이 보이는 거실 창 덕분에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봄이면 개나리, 자목련, 철쭉, 매화, 장미가 차례로 피고, 연둣빛 새싹이 짙은 초록으로 변해간다.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고, 겨울이면 흰 눈이 덮인 길에서 아이들과 썰매를 타기도 했다.
이 집은 계절의 풍경과 함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함께 품어온 곳이다. 오늘 아이들에게 작아진 옷과 시기가 지나 물려줄 책들, 장난감들을 정리했다.
나와 남편은 이미 몸이 다 컸기 때문에, 정리의 필요를 자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이 열심히 자라기에, 우리는 계절 하나를 정리하고 다음 시절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정리는 단지 집안일이 아니라, 삶을 정돈하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졌다. 계절을 정리하며, 훌쩍 자란 아이들을 본다. 그리고 나 자신도 조금은 자랐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