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책 - 럭키 드로우 / 드로우 앤드류
망가진 경력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아등바등하느라 그저 눈을 떴다가 감으면 하루가 흘러있었다. 그렇게 약 일 년간을 노력하다 간신히 회사에 들어갔는데 생전 처음 느끼는 무력감이 다가왔다.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 연봉을 받으면서 취업했는데 나는 여전히 시장에서 사다 덜컥 끼워놓은 부품 하나였다. 우리 부서에서 경력도 많은 총책임자도 그저 비싼 부품 취급을 받으며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아서일까. 외부에서는 큰 계약을 따내오는 이사한테도 몇 시간이나 쌍욕을 퍼부으며 욕하는 사장의 모습을 보아서일까. 내가 이곳에서 오래 일해도 저 모습과 다르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해서일까.
어느 날 무슨 알고리즘을 탔는지 유튜브에서 앤드류의 퍼스널 브랜딩 영상을 보게 되었다. 참 신기하지. 내가 본건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나 밤새 수다하는 스트리머밖에 없는데. 아마 앤드류 씨가 귀여워서 고양이나 강아지 알고리즘에 섞여왔나 보다. 아마 그래서 내가 그 영상을 홀린 듯이 봤나 보다. 평소에 유투버 되기, 인플루엔서 되기 같은 영상은 본 적도 없는데.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된다.
여하튼, 앤드류 동영상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너무 어려운 말 아닌가. 난 아직도 나 자신을 소개하라는 말이 제일 어려운데. 우리 엄마아빠도 자기소개하라고 하면 힘들어하실걸.
참 이게 뻔한 말이고 진부한 진행이긴 한데, 그날따라 그 말이 한참 머릿속에 남아서 퇴근하다 들은 저 말을 잘 때까지 고민했다. 그다음 날도 고민하고, 그 다음날도 고민하고. 4일째가 되는 날엔 글로 적기까지 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잘하는 게 뭔지. 결국 내가 적은 문장은 딱 하나였다.
내가 잘하는 거 : 없는데?
그래도 먹고사는데 한 번도 설렁설렁 산 적 없는데 나는 잘하는 게 없는 건지. 적어도 숨쉬기 하나 정도는 있을 텐데 나만 보는 종이에도 장난 삼아 그 한 줄도 못 적는지. 그래서 꾸역꾸역 숨쉬기-라고 적다가 울었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매일 하던 공부도 못하고 숨죽여서 울었다.
그러다가 내가 시드니에서 겪은 일을 그림일기로 그려서 올리던 계정이 생각났다. 취업한 후에 이제는 급한 일도 끝났으니 그려서 올려야지-하면서 마지막으로 올린 게시글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 기록이 있었다. 이걸 읽어주네? 최근에 올린 게시글을 제외하면 마지막으로 올린 글이 1년 전인데 팔로워수도 그대로였고 꾸준히 새 유입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올린 게시물은 약 50개 남짓. 시드니에서 작성해둔 에피소드만 모아도 100개 남짓. 그때 처음으로 내가 잘하는 것이 떠올랐다.
난 버티는 건 잘해.
남들보다 월등히 잘하거나 빛나는 건 자신이 없어도. 입에 문건 놓아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자꾸 넘어져서 꾸준히 하진 못해도 일어나서 다시 시작하는 건 잘하니까. 넘어져서 영영 일어나지 않은 적은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다른 장점이 떠올랐다.
바로 밀리의 서재에서 럭키 드로우 책을 검색했는데 없더라. 그래서 알라딘에서 중고로 구매했다.
책 내용은 그리 대단한 건 없다. 열자마자 브랜드 대박 나는 방법이라던가 필승 브랜드 색상이라던지, 반드시 먹히는 브랜드 문구 같은 것도 없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 남들보다 어떻게 기민하게 상황을 살피고 브랜드를 키워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퍼스널 브랜딩에 배우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보는 것보단 앤드류가 만든 클래스 101 강의를 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보고 확신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 값이 아깝지는 않다. 실제로 내 책장에 여전히 꽂혀있다. 이 책을 보면 숨죽이고 울던 내가 생각나서 그런 내가 가여워서 나를 키워주고 싶어 진다.
자기 자신을 브랜딩 하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앤드류 강의 중에 나온다. 이런 비슷한 말로 인터넷에 그런 말도 있었다. 자기 자신을 최애(가장 좋아하는 인물. 주로 아이돌이나 배우나 캐릭터가 대상이 된다.) 다루듯 하라고. 맞는 말이다. 난 그게 잘 안 되는 인간이었다. 봐라. 과거형이다. 안 되는 인간이.었.다.
클래스 101에 있는 앤드류 클래스를 들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끊임없이 파고들 수밖에 없는데, 이건 솔직히 퍼스널 브랜딩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모질고 야박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클래스를 들으면 자기 장점을 눈을 까뒤집으면서 찾아야 해서 모래만한 장점이라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나를 찾으면 또 하나를 찾을 수 있고, 이 클래스가 그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이라 장점에 살을 붙일 수 있다. 그렇다고 1만 한 능력이 100이 되진 않고, 1만한 능력이 사랑스러운 3이 되도록 해 준다. 우쭈쭈하며 키운 3을 사람들에게 내보여 이자를 붙여서 20이 되고 50이 되게 해 준다.
지금의 나는 나를 사랑한다. 와 사랑해!! 이 정도는 아니고, 그래 너 인마 사랑해 그래 인마. 요정도. 예전처럼 100을 해와도 너 왜 101을 못해? 하고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퍼스널 브랜딩이 참 이렇게 자아에 좋다.
현재는 배운 것을 실천하면서 인스타를 운영하고 있다.
새롭게 배우는 것이 워낙 많아 일주일에 한 번 게시글 스타일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내서 정착할 것을 믿는다. 계속해서 시도하고 당기다 보면 언젠가 잭팟이 터지겠지. 시도하며 당길 때마다 좋은 인연들을 만나서 또 그 사람들의 인연이 나만의 럭키 드로우가 될 줄 누가 알겠는가.
유일무이하게 되고 싶은 사람. 자기 자신에게 모질게 대하는 사람.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만약 이 책 리뷰를 찾으러 오신 분들이 있다면 책보다는 유튜브에 가서 앤드류의 영상을 먼저 보길 바란다. 그 사람의 말이 당신과 맞았다면 이 책도 추천을 하겠지만 만약 아니라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보시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