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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지 Aug 17. 2024

매일 일기를 쓰시나요?

기록의 중요성

난 기록을 좋아해서 항상 가방에 메모지랑 볼펜을 들고 다닌다. 요즘은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사용해서 쓰는 사람도 많지만 난 손으로 직접 쓰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책을 읽다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메모지에 적어 붙여두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하면 구절을 꾹꾹 눌러적으며 마음속에 한번 더 각인하기도 한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특한 감정을 느낄 땐 꼭 일기를 써왔다. 그게 행복해서일 때도 있었고 우울할 때나 힘들 때에도 어떤 마음인지 세세하게 써 내려갔다. 물론 쓰면서 내가 어떤 감정인지를 파악하고 정리하고 싶었던 의도도 있지만 나중에 다시 일기를 읽어봤을 때 그 당시의 내가 행복했거나 힘들었던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가 더 컸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감정이 무뎌지는 게 아쉬워서 시작한 일기였는데, 문득 오랜만에 예전 일기를 읽어보니 에 대해 더 잘 알아볼 수 있었다. 어떨 때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우울할 때는 내가 어떤 행동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지, 또 어떨 때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끼는지 등등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건  고질적인 피로감의 원인이었다. 일기 안에서 지쳐있던 내가 가장 많이 썼던 표현은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다'는 거였다.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적혀있던 비슷한 문장들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표정도 잘 없고 감정표현에 서투른데 반해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수다스럽고 장난도 잘 치는 사람이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남들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더 가면을 쓰다 보니 이젠 그 모습이 나를 옭아매 집 밖에서는 본연의 나를 드러낼 수가 없게 됐다. 발랄한 모습으로 예쁨 받던 나였기에 더 본래의 나를 감추기 급급했고 그러면서 이면으로는 원래 내 모습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항상 피로하고 갈증을 느끼고 홀로가 더 편했던 거다. 나 혼자일 때만이 나만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던 거다.


아주 간단하지만 허무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내 피로감의 이유를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다면적인 우리를 이해하려면 일단 내 감정을 써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시 한번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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