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잠이 든 아이들 곁에 누워 떠올린 수십 전 국민학교 교실 모습.
사물함 바로 앞까지 가득 찬 아이만큼 왁자한 소리는 교실을 채운다. 거리낌 없이 생글거리면 이름을 묻는 아이, 조용히 교과서만 서랍 속에 넣었다 빼는 아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아이까지 3월의 교실은 모두가 '그런 척'하는 시기이다.
상대를 탐색하면서도 아닌 척, 불안한 눈동자를 굴린 적 없는 척, 내 이름을 소개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척...
친한 친구가 빨리 안 생기지만 개의치 않은 척 조급한 마음을 숨긴다. 고작 반나절인데도 집에 가방을 내려두는 순간에야 무장해제가 되는 피곤한 날들이었다.
내일이 개학이라니..
아 어떤 선생님일까.
저마다 내일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한 마디씩 덧붙이느라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새 학기엔 긍정 마인드가 절실하다. 분명 좋은 분, 좋은 친구들일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다 아이들의 긴장과 설렘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 역시 많이 긴장하고 쉽게 먼저 말 걸지 못하던 조용한 아이였기에 누구보다 그 마음을 안다. 그땐 스스럼없이 먼저 말 걸지 못하는 내가 참 싫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적응'이라는 상황 앞에 저마다 반응이 달랐을 뿐 모두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안다. 하물며 선생님까지도.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이라 긴장도 설렘도 경험해 보며 스스로 느낄 수밖에 없다.
옆에 누워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다 나도 깜빡 잠이 들었다. 비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고 싶다는 말에 열어 둔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에 잠을 깼다. 창문을 닫고 작은 수면등을 꺼주고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나오다 잊은 게 생각났다.
6년째 써오는 편지이다. 큰 아이가 1학년 입학 할 때부터 써 준 새 학기 첫날 엄마의 응원편지이다. 미리 작은 편지지를 준비해 두는데 올해는 미리 사두지 않았는데 찾아보니 다이소에 갈 때마다 적당히 크기 편지지를 여분으로 사둔 게 있어 다행이다.
온통 새로움과 낯선 얼굴로 가득 찬 교실에서 만나는 엄마의 짧은 응원이 전달될 순간을 그리며 짧은 편지를 쓰고 몰래 필통 속으로 배달을 마친다.
말로는 흩어질 이야기를 손으로 꾹꾹 눌러쓰고 나니 함께 등교하는 마음이 된다. 괜스레 어색한 그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편지지옆에 있던 버츄카드를 오랜만에 뽑아보니 참 어울리게도 (이해)가 나왔다.
3월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내일은 학교 마치고 만나면 더 환영해야지.
저녁 밥상에서 쏟아내는 교실이야기에 더 격하게 반응을 해야지.
그리고 김치두루치기에 쌈으로 저녁반찬을 해줘야겠다.
엄마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더 이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