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잘 먹더라?
엄마의 마음, 그날의 기록(밥만 잘 먹더라?)
2월 8일, 아들을 군에 보내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요한 새벽에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동안 참 많이 컸구나, 혼자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마음속에서 수백 번 물었던 질문을 고요히 접어 안고 군복을 입혀 보냈습니다.
그렇게 아들을 떠나보낸 지 어느덧 70일이 흘렀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사진 한 장, 손 편지한 줄에도 마음이 울컥합니다.
며칠 전, 아들이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핸드폰을 전달해 주기 위해 부대 행정보급관님과 통화를 하며, 혹시 아들을 잠깐이라도 볼 수 있을지 조심스레 여쭤보았어요. 그저 멀리 서라도 얼굴 한번, 웃는 모습 한 번 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행정보급관님은 정문에서 먼발치로만 볼 수 있다고 하셨고, 그 순간, 오히려 그리움이 더 사무쳐 눈물이 쏟아질까 두려워 끝내 아들을 보지 못한 채핸드폰만 조용히 전달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아들에게 가는 길은 참 설레고 작은 떨림으로 가득했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전할 수는 없지만 엄마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한지로 된 고운 편지지에 다섯 장의 편지를 정성껏 써 내려갔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응원한다는 말, 괜찮다는 말, 그리고 매일 밤마다 마음으로만 했던 그 인사를 종이 위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그 편지들을 고운 리본으로 곱게 묶고 비타민과 작은 간식도 함께 담아 엄마의 마음을 조심스레 전달했어요. 그렇게라도 아들이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느꼈으면 했습니다.
편지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아들아, 엄마는 밥 잘 먹고 잘 있단다. 아들, 밥 많이 먹고 잘 있다가 만나자.”
짧지만, 그 말 안에 아들을 향한 온 마음과 응원이 다 담겨 있었습니다.
그날은 저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근처 맛집을 찾아 닭갈비를 먹으러 갔어요. 주차장에 도착하자 골든레트리버 한 마리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맞아주었고, 잠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식사 후, 예쁜 창고형 감성 카페에 들러 향기로 운 차를 마시며 사진도 찍고, 잠시나마 아들 생각을 내려놓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은 아들에게 머물러 있었습니다.
2월, 훈련 중인 아들은 공중전화에서만 겨우 통화할 수 있었는데, 그날 저는 초과근무 중이었고 늦은 식사 도중에야 핸드폰을 확인했어요. 그때, 아들의 번호로 부재중 통화가 세 통이나 찍혀 있었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핸드폰 화면을 적셨습니다. 딱 세 번의 기회, 그마저도 함께 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에 스스로가 너무 미안하고 또 안쓰러웠습니다.
게다가 그날, 날씨는 영하 17도였어요. 차가운 바람 속에서 훈련을 받고 있을 아들이 떠오르니 마음은 더욱 시렸습니다.
문득, 창민과 이현이 함께 부른 '밥만 잘 먹더라'라는 노래가 자꾸 생각났습니다."아들아, 밥만 잘 먹어다오."그 말이 지금 제 마음을 가장 잘 담아내는 한 문장 같았습니다.
아들을 너무나 보고 싶은 날들, 그리움이 깊어지는 어느 날, 우연히 펼쳐본 시 한 편이 제게 조용한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 시는 말해주었어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결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선물'이었다는 걸.
아들은 지금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엄마인 저는 이 시간을 평생 기억할 거예요. 손 편지를 써 내려가던 그 순간, 정문 앞에서 울컥하던 그 순간, 아들이 부재중 통화를 남긴 그날 밤의 쓸쓸함까지도.
이 시는 제가 잠시 놓치고 있던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아들의 첫 휴가는 아마도 90여 일이 지나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날이 오면, 아들의 얼굴을 꼭 껴안고 볼을 부비부비 해주고 싶어요. 그동안 꾹 참았던 그리움이 그 순간 눈물로 터질 것만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눈물이 살짝 흐르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조금은 단단해진 ‘기다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따뜻한 울림을 준 그 시,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이 언젠가 아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마음을 다독여 봅니다.
♡ 아래의 시는 (마음 챙김의 시) 수록된 시입니다.
너를 안아도 될까?
네가 다 자라기 전에 한 번 더.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네가 언제나 알 수 있게.
너의 신발끈을 한 번 더 내가 묶게 해 줘.
언젠가는 너 스스로 묶겠지.
그리고 네가 이 시기를 회상할 때
내가 보여 준 사랑을 떠올리기를.
네가 옷 입는 걸 도와줘도 될까?
내가 너의 고기를 잘라 줘도 될까?
네가 탄 수레를 끌어도 될까?
내가 선물을 골라 줘도 될까?
어느 날, 네가 나를 보살필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지금은 내가 널 보살피게 해 줘.
나는 네가 하는 모든 작은 일들의
일부가 되고 싶어.
오늘 밤 내가 너의 머리를 감겨 줘도 될까?
욕조에 장난감을 넣어도 될까?
너의 작은 열 개 발가락을 세는 걸 도와줘도 될까?
너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기 전에.
네가 야구팀에 들어가기 전에
너에게 한 번 더 공을 던져 줘도 될까?
그리고 한 번 더 너의 곁에 서도 될까.
네가 넘어지지 않게?
우리 한 번 더 우주선을 타자.
주르라는 행성까지.
골판지로 만든 우리의 로켓이
더 이상 우리 몸집에 맞지 않을 때까지.
네가 산을 오르는 걸 도와주게 해 줘.
등산하기에는 네가 아직 너무 작을 동안만.
너에게 이야기책을 읽어 주게 해 줘.
네가 어리고, 아직 시간이 있을 동안.
나는 그날이 올 걸 안다.
네가 이 모든 일들을 혼자서 할 날이.
네가 기억할까. 내 어깨에 목말 탔던 걸?
우리가 던진 모든 공들을?
그러니까 내가 널 안아도 될까?
언젠가 너는 혼자서 걷겠지.
나는 하루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지금부터, 네가 다 자랐을 때까지.
-브래드 앤더슨
♡ 이 글은 직장에서 글 요청이 들어와 작성한 글입니다.
선생님^^
바쁘시죠?
그럼에도... 동아리 '시동'에서 부탁 말씀드립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시 1편을 추천해 주세요.
추천 시와 추천 이유를 제게 주시면...
선생님들께 배달하겠습니다^^
사무실에서 우리 순옥선생님이 가장 문학적이신 듯해서.....♥
가장 먼저 여쭙습니다^^
화요일 배달 예정입니다.
오늘 최순옥선생님의 시가 배송되었습니다.
♡ 읽으신 분들께서 따뜻한 인사를 나눠주셨어요.
김지 O 님-
늘 친절한 순옥선생님~
오늘 시 울컥하네요ㅠㅠ
여기 1층 사무실 선생님들 다들 같은 맘으로 이야기 나눴어요^^
샘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넘나 느껴지는 시와 스토리네요~
그림도 예쁘고 사진도 너무 예뻐요
포토그래퍼가 찍은 것 같네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
이현 O님-
아침부터 좋은 시를 읽게 되었네요.
저도 제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고요.
'품 안의 자식'이라고 어느덧
점점 커가는 아이들에게서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 아득하게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꽃으로 피워진 것일 테니까요.
아들의 건강한 군생활을 기원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아들이 저의 모습을 담아준 스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