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서비스는 답할 수 있습니까?
가장 중요하지만 쉽게 잊히는 ‘유저 체감 가치’
새로운 서비스, 제품, 제안 등을 기획하거나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자본, 기술력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 높은 순위에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은 바로 "유저 체감 가치(User-perceived Value)"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당신의 서비스, 제품, 제안을 남에게 설명할 때 돌아오는 질문을 떠올려보라. 5살짜리 아이에게나, 70살 노인에게도 무엇을 써보라, 해보라 하면 가장 처음 돌아오는 질문은 바로 "이거 하면 뭐가 좋아요?"일 것이다. 그것에 대한 대답이 바로 유저 체감 가치다.
그럼 반대로, 당신이 만들고 있는 서비스, 제품, 제안에 대해 "이것을 하면 유저가 뭐가 좋은지?"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혹시 유저는 체감하지 못하는 기술적 대단함이라든지, 쓰는 사람은 알아채지 못하는 디자인적인 디테일함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유저가 신경 쓰지 않거나 가치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들에 시간과 리소스를 쏟느라 가장 중요한 질문인 "유저 체감 가치"를 잊고 있는 기획자나 개발자들이 많다.
당신의 서비스, 제품, 제안에 대한 "유저 체감 가치"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잘 찾을 수 있을까? 그 대답을 위해 저 단어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저 체감 가치"는 "유저"와 "체감"과 "가치" 총 3가지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어는 다른 단어들과 모두 동일한 가중치로 중요함을 가진다. 한 가지씩 살펴보자.
"유저"란 당신의 서비스, 제품, 제안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다. 직접 그 서비스를 쓰거나 제품을 구매하거나 어떠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즉 그들에게 그러한 행동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들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반대로 서비스, 제품, 제안을 먼저 기획하고 그것이 잘 먹힐만한 유저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그럼 유저를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입장과 시선으로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이다. 분명 5살짜리 아기에게 어필되는 대상과 70살 노인에게 어필되는 대상은 다를 수 있다. 여기서 기획자, 개발자들이 자주 실수하는 것이 나온다. 바로 "당신은 절대 유저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당신이 유저와 인구통계학적으로 비슷해도,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더라도 당신은 절대 유저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서비스나 제품, 제안에 대해 당신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의 가치에 대해서 이미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만날 유저는 당신의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전혀 없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당신과 유저는 분명히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그럼 유저를 어떻게 하면 잘 알 수 있을까? 거창한 유저 리서치를 해야 할까? 아니다. 당신의 서비스, 제품, 제안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이자 본인의 유저라고 생각하는 사람 딱 3명을 만나보라.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물어보라. 그리고 당신의 서비스, 제품, 제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라. 인원이 더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론상 3명에게만 물어봐도 당신이 들어야 할 80% 이야기는 모두 들을 수 있다. 아마 더 많은 이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이야기가 주로 반복될 것이다. 이렇게 "유저 체감 가치"를 답할 첫 번째 퍼즐이 맞춰졌다.
두 번째 단어는 "체감"이다. 여기서부터 어려워진다. 과연 체감이란 무엇일까? 쉽게 말해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의 더위를 생각해 보면 쉽다. 특정 온도를 뜻하는 숫자는 사람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사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그 온도 자체가 아니라, "괜찮네", "덥네", "죽을 것 같네" 정도이다. 일기 예보에 25도라고 적혀있어도, 내가 느끼기에 괜찮으면 그냥 괜찮은 날인 거고, 23도라고 되어 있어도 내가 덥다고 느끼면 나에겐 더운 거다. 체감이란 바로 이런 거다. 절대적인 무언가가 어떻게 제공되든 유저가 피부로 느끼게 되는(좀 더 유식한 말로 인지하게 되는) 그 자체가 체감이다. 사람은 본인에게 인지된 결과로만 현상과 대상을 판단한다. 그러고선 그것을 기억할 때는 디테일한 것은 빨리 잊더라도 거기서 느낀 감정은 오래 기억 남게 된다(이 정서 기억이란 것은 끈질기다). 어떤 기억이 희미해졌을 때 그것에 대한 느낌만 생각나고 그 대상은 생각나지 않는 적이 있지 않은가? 바로 그런 거다. 당신이 아무리 대단하고 복잡한 것을 만들었어도 유저는 그것이 있어서 "편하다" 혹은 "안 편하다" 정도로 체감하고 기억한다.
그렇기에 당신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엄청난 AI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서 굉장히 어려운 난이도의 무언가를 적용한 서비스, 제품, 제안이 있다 하더라도, 그 유저에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가치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는 엄청난 난이도를 이뤄낸 대단한 결과를 유저가 못 알아준다고 생각해서 "아니 도대체 이 대단한 걸 왜 모를까?"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만들어낸 그 결과를 "유저"에게 "체감"되는 형태로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기획자, 개발자들이 잘 실수하는 것이 또 나온다. "내가 잘 만들면 유저들이 알아서 알아줄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그것이 누구에게나 직관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나 제품, 제안이 아니라면 당신은 그것을 유저가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크루아상의 겹을 기술적으로 어려운 1만 겹을 해냈다고 해도, 고객들은 그것이 바삭하냐 안 하냐 정도로 체감할 것이고, 바삭하지 않다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대단한 크루아상이라 할지라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단어는 "가치"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단어일 텐데, 다른 말로 하면 보상, 베네핏 등등이 있을 것이고 가장 쉬운 말로는 아마 "내게 좋은 것"이 될 것이다. 즉 유저에게 어떻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지이다. 가치는 긍정 가치와 부정 가치가 있는데, 긍정 가치는 없던 것을 줌으로써 생기는 가치(돈이 없었는데 생겼어요!)이고, 부정 가치는 있던 것을 없앰으로써 생기는 가치(직접 빨래를 할 필요성이 없어졌어요!)로 설명할 수 있다.
그 "가치"는 어떻게 잘 찾을 수 있을까? 그 첫 번째 방법은 "유저"의 "니즈"를 먼저 찾는 것이다. 유저가 가지는 근본 니즈를 파악해 그것과 가치를 연결하는 방법인데, 여기서 니즈(Needs)와 원츠(Wants)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필요하다. 원츠는 단순히 무엇이 필요하다, 무엇을 원한다 정도로 표현되는 표면적인 필요라고 볼 수 있다. 니즈란 바로 그 원츠가 만들어진 근본 이유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서비스에서 게시물에 대한 싫어요의 횟수를 가려달라는 원츠가 발생한다고 하면, 그 안에는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다는 사회적 욕구가 숨어있는 것일 수 있겠다. 이렇게 본인의 유저의 "니즈"를 찾고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형태로 당신의 서비스, 제품, 제안을 연결하면 당신만의 "유저 체감 가치"를 찾을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두 번째 방법은 "유저"가 겪는 "문제점, 불편"에 집중해 그 해결책과 가치를 연결하는 것이다. 유저가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점을 캐치하고 그것에 대한 유저의 공감이 커질 때 비로소 해결책(당신의 서비스, 제품, 제안)의 힘은 커진다. 여기서 또 기획자, 개발자들이 잘 실수하는 것이 또 나오는데, 바로 해결책에 집중한 나머지, 그 문제점에 대한 공감을 얻는 것을 놓치는 경우이다. 유저가 본인의 문제점이나 불편 상황을 공감하지 못한다면 당신이 말하는 해결책에 대한 필요성과 가치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소위 말하는 "좋은 것 같은데 그래서 뭔 필요라는 거지?"에 대한 반응이 나오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지하철 노점 상인 분들이 "자 다들 이런 경우 한 번씩 있으셨을 겁니다~"처럼 문제 상황에 대한 공감을 일으키는 멘트로 시작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실전이다. 만약 화장실 청소 대행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것의 가치를 설명해 보라고 했을 때 "저희 서비스는 저희가 자체 개발한 아미로 포옴 세제와 로퍼스 기기를 이용한 청소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고 생각해 보자. 본인이 직접 개발한 세제와 기기를 떠올리면서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기술자와 그것을 듣고 좋은 것 같기는 한데 무슨 소리지라고 갸우뚱하는 고객이 떠오르지 않는가?(사실 아미로 포옴 세제와 로퍼스 기기라는 것은 없다, 그만큼 그것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상황이 바보 같다고 느껴지는가? 유저 리서치 실무를 하다 보면 이러한 경우는 정말 많다. 기술, 디자인, 기획 어떤 분야에서도 다 다른 형태로 발생한다. 기술 관련한 내용은 유저에게 어떠한 체감도 주지 못하는데, 서비스나 제품 안의 블랙박스 속 대단함에 집중하는 경우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디자인은 유저들은 원하지 않거나 오히려 불편해지는 형태이지만 본인이 생각했을 때 너무나 아름답고 예술적이고 심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일 수 있겠다. 이처럼 유저의 공감, 이해, 체감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할게요!"라는 긍정적 의사결정은 일어나기 어렵다.
그렇기에 "유저 체감 가치"는 타깃 유저가 들었을 때 다분히 직관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쉽게 상상되어야 한다. 개그도 설명이 필요 없이 들으면 바로 빵 터지는 개그가 가장 좋은 것인 것처럼 말이다. 그 개그가 웃긴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하면 이미 구차해지는 것과 같이, 유저 체감 가치에 대해서도 길게 설명하기 시작하면 점점 좋지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우리의 서비스와 제품, 제안이 "유저"가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야만 한다.
그럼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유저 체감 가치란 무엇일까.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에너지와 비용을 최대한 아끼려고 한다. 그리고 그 비용 소모의 결과를 과거 경험을 토대로 빠르게 상상할 수 있다. 즉,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나의 비용의 교차지점을 직관적으로 상상한다는 것이다. 이때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소모해야 하는 나의 에너지와 비용이 크다면 유저는 아무리 큰 가치라 해도 좋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무료로 돈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하자. 아무리 무료지만 한 번 보낼 때 3분의 광고를 반드시 보아야만 한다고 한다면, 직관적으로 좋은 가치라고 생각할 확률은 낮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줄 가치와 유저가 소모해야 하는 에너지나 비용의 상관관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소중한 서비스, 제품, 제안을 만들고 기획하고 구체화해나가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인 "이거 하면 뭐가 좋아요?"에 대한 답, 즉 "유저 체감 가치"를 잊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처음에는 분명했을지 모르지만 하나씩 의견을 얹는 이해관계자가 많아지고, 가치와 깊이 관련된 서비스보다는 서브 피처에 집중하면서 차츰 희미해져, "이걸 뭘 하려고 만들었더라?"가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가끔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서비스, 제품, 제안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자. 그리고 그 순간의 반응을 살펴보자. 반응이 좋지 않다면 제안하는 유저 체감 가치를 수정해보고, 그래도 여의치 않다면 기획의 방향성을 빠르게 피봇 해볼 필요도 있다. 이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혹자는 성공은 얼마나 부끄러움을 잘 이겨내느냐에 달려있다고도 한다), 누가 당신 아이디어를 뺏어갈 걱정도 안 해도 된다(당신이 먼저 잘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그러한 단순한 과정들이 당신의 서비스, 제품, 제안의 날을 날카롭게 유지할 수 있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부터는 부디 "기획자 체감 가치"나 "대표님 체감 가치"가 아니라 "유저 체감 가치"에 조금 더 집중하실 수 있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