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때문에 파일럿의 꿈을 갈등하고 있다면
운동으로 시작한 요가가 내면 탐구로 이어지고
막연하게 진로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현실이 되면서
학생 혹은 선생님들이 듣고 싶어 할 이야기를 고민하다가
'항공사 조종사(Airline Pilot)에게 어울리는 성격'에 대해 생각 해봤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파일럿이 되기 전 까지 주변에 비행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직접 지인도, 한 다리 건넌 지인도, 먼 친척 중에서도 조종사인 사람은 없었어요. 저를 처음 만나는 분들이 '나 파일럿 처음 봐' 라고하는 경우가 있듯, 저에게도 파일럿은 상상 속의 존재 였습니다.
파일럿 하면 떠오르는 성격이 있으신가요? 여러 가지 이미지가 떠오르실 거세요.
외향적이고 활동적이며 책임감이 아주 강하고 성실함과 자기관리 능력은 물론 지성과 인성을 겸비한 사람이자 타인에게 넉넉한 마음을 가질 만큼 이타적이고 친절한 사람 거기에 자신감과 자존감도 넘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입사 하기 전, 제가 생각했던 항공사 파일럿의 모습은 그랬습니다.
조종사를 준비하면서, 비행 유학을 하면서,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조종사들을 수십명 혹은 그 이상을 봤을 거에요. 지금도 일하면서 새로운 기장님을 만나면서 회사를 다니는 중입니다. 정말 많고 다양한 성격 기장님들, 그리고 부기장님들을 만나고 있어요.
의외의 사실은 내향적인 조종사들도 은근히 많다는 점 입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어디서든 큰 소리로 인사하고 호탕할 것 같은 이미지지만 주목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호탕하고 유쾌한 대화 보다는 잔잔하고 덤덤한 대화를 즐기면서, 레저 스포츠 보다는 요가, 발레 혹은 클래식 같은 정적인 취미를 즐기는 조종사들도 많습니다.
국제선 비행이 끝나면 현지에서 부기장과 함께 밥커피나 가볍게 맥주 한잔을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기장님들도 계시지만, '잘 쉬고 출근 시간에 봅시다!' 라며 쿨하게 방으로 올라가시는 기장님들도 계십니다.
이 쯤에서 궁금하실 것 같아요. '내향적이거나 소심한 사람이 조종사하면 위험한 것 아니야?' 라고.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명을 태운 비행기를 책임지는 기장이 내성적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까요. 두 명의 조종사가 한 몸 처럼 비행기를 몰아야 하는데 한 명이 쭈삣쭈삣 조언도 제대로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라면 위험다하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조용조용한 제 성격이 조종사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제가 기장님께 조언을 못해서? 아니에요. 조언은 매우 단호하게 잘 합니다. 오히려 틀리면 '으이그~' 라고 한 소리 듣고 말아요.
다른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꼈어요. 두 사람이 한 명 처럼 유기적으로 비행기를 운항해야 하는데, 칵핏(조종실)에서 기장님과의 어색함을 견디지 못했거든요. 처음 뵙는 기장님들과 비행할 때 하늘에서 이런 저런 대화를 편하게 못하는 제 모습에 스트레스 받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물론 사회생활에서 내향성은 극복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지나친 소심함과 내향성은 독이 되듯 조종사로서 지나친 내향성은 극복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기장님께서 무리한 착륙을 하려고 하실 때 단호한 조언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심하면 안 되겠죠.
하지만, 내향성은 집단생활 부적응을 상징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자신의 에너지가 내부로 향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죠. 타인에게서 에너지를 얻기 보다는 스스로 보내는 시간에 익숙하고 거기서 힘을 얻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모습은 조종사로서 업무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비행의 피로를 다른 사람과 보내는 시간에서 얻기 보다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피곤하지만 퇴근 후 술 한잔 하고 싶은 마음과 갈등할 이유가 없고 자신을 잘 돌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자기 성찰을 잘 하는 경향이 있기에 비행 지식을 쌓고, 회사 매뉴얼을 주기적으로 꼼꼼하게 보고,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제 실력을 고민하고 연구하는데 익숙한 경향이 생깁니다.
나의 직업에 도움이 되냐 혹은 안 되냐를 기준으로 보면 사람이 가진 성격은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마치 모든 것에 장점과 단점이 있듯.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혼자 일하는 순간을 어색해하고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는 순간을 어색해하니까요.
내가 가진 어떤 모습은 직업에서 직장에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극복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모든 성격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부러워하는 반대 성격을 가진 누군가도 자신의 성격 때문에 직장에서 고통받기도 합니다. 특히 자신의 일에서 크게 성장하고 싶고 빨리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을 수록 불편함이 크게 느껴질 거에요.
자신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해서 특정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면 그만이에요. 내가 가진 성격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특정 직업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나의 성격이랑 어울리는 직업을 골랐는데도 마음이 힘들 수 있어요. 내가 가진 성격의 어떤 부분 때문에요.
조종사들이 외향적이고 활동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완벽하지 않고 갓생러가 아닐 수도 있어요. 외향적이지 않아도 자기 일을 묵묵히 잘하고, 덜 부지런하더라도 출근 시간에 늦지 않고 비행 준비를 잘 하기만 하면 돼요. 100점 짜리 조종사가 아니어도 좋은 조종사가 될 수 있고, 좋은 파일럿이 될 수 있습니다.
연예인도 마찬가지에요.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연예인들이 내향적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함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자신과 대화를 해보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해요. 직업이야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됩니다. 어차피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져도 성격 때문에 고민하게 될 거에요. 안 맞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순간이 오면 잘 극복하고 성장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직업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성격은 장점이라 생각하고 잘 살려서 활용하면 될 것이고,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인정하고 극복하면 됩니다. 지금의 모습이 그럴 뿐이지 앞으로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어요.
사실 저도 직장생활을 할 날이 더 남은 미생이고
스스로를 알아가고 다듬어가는 모난돌이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있는 일이 성격과 맞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 도움이 되기를 바랄게요.
언젠가 때가 된다면
다른 글에서 제가 성격을 극복하고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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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사진 출처: Singapore Airline Website Career Page
(https://www.singaporeair.com/ko_KR/kr/careers/cadet-pilots-care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