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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부기장은 비행이 설렐까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동상이몽

띵—띵—띵—띵


항공기의 이륙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린다.

이어지는 승무원의 안내 방송


손님여러분 곧 이륙하겠습니다 ~


앞자리에 앉은 손님이 잠에서 깬 듯 몸을 심하게 뒤척이다 한 마디 하셨고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손님이 민망한 듯 놀라며 그를 막았다.

(이때 속으로 좀 웃었다.)


뭐야, 아직도 안 떴어?

아휴 좀 조용히해. 자. 자. 




승객의 마음으로 생각해봤다. 항공기가 출발하기 까지 비행기에서 어떤 과정을 거칠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이런 과정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우선 항공기에 타자 마자 천장에 있는 짐칸에 가방을 넣고 비행길을 즐겁게 해줄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전자기기와 충전기를 챙긴 뒤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다 보면


Cabin Crew Door Side Stand by Please ~ (이어지는 다른 말들)

Number 1 Clear ~ (이어지는 다른 말들)


왜 하는지 모르는, 넘버원두쓰리 클리어 같은 방송이 나오고 비상탈출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온다. 정말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든다.  곧 항공기가 스르륵 뒤로 밀리는 기분이 든다. 엔진이 켜지고 다시 항공기가 스르륵 움직이기 시작한다. 곧 이륙한다는 방송이 나오면 엔진 소리가 커지면서 항공기가 속력을 내더니 붕 하고 떠오른다. 


.

.

.


부기장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면, 항공기에 들어오고 나서 부터 이륙하기까지의 과정은 길다. 앞서 이야기한 과정에 비하면 정말 길다. 일일히 열거하면 글이 지루해질 것 같아 ”항공기가 속력을 내고 붕 떠오르기 까지“의 과정만 살짝 이야기 해본다. 승객이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은 “검정색 굵은 글씨”로 적었다.


실제 조종사와 관제사와의 대화는 항공관제영어로 이뤄진다.

아래 대본은 해당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관제사:활주로에서의 이륙을 허가합니다.

나: 32번 활주로 이륙 허가 확인. 감사합니다.


기장님: 출발하시죠

나: 네, 항공기 조명 세팅 및 , 연료, 무게, 브레이크 온도 이상 없습니다.


기장님: 활주로 이상 없구요. 이륙 시간 확인 했습니다.

나: 활주로 이상 없습니다. 이륙 시간 확인 했습니다.


항공기 엔진 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나: 엔진 계기 확인 이상 없습니다

기장님: 이륙하겠습니다.


항공기가 더 큰 소리를 내며 슬금슬금 움직인다


나: 엔진 출력 정상입니다.

기장님: 네


항공기가 더 큰 소리를 내며 더 빨라진다.

놀이기구가 출발하는 듯한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나: 100 노트 (약 시속 180km)

기장님: 네


부기장의 눈은 속도와, 엔진 계기, 외부, 기장님의 계기판까지 바쁘게 움직인다.

항공기가 활주로 중앙선을 따라가도록 방향을 유지한다


나: V1 … Rotate (이륙속도)


기장님이 천천히 항공기 기수를 들어올리면 항공기가 떠오른다


오 뜬다 뜬다 하는 손님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놀란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나: 상승 확인했습니다기장님: 오케이 기어 업


항공기 바퀴가 진동과 굉음을 내며 접히다가 이내 조용해진다


관제탑: 출발 관제소 주파수로 연락하십시오.

나: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관제탑: 안녕히 가십시오.


.

.

.


비행기가 뜨기 시작하는 순간. 비행기를 탈때 가장 큰 설렘 포인트가 아마 이때가 아닐까? 크고 무거운 쇳덩이가 나를 들어올리는 순간. 그 붕 떠오르는 순간은 중력이 없어지는 느낌이자, 마치 내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든다. ’나 진짜 드디어 어디로 가는구나‘ 라는 기분이 든다.  창가 자리 손님들은 동영상과 사진으로 이륙의 순간을 담기도 한다. 항공기 소리 위에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같이 들리기도 한다. 복도자리, 중간자리 손님들의 스마트폰을 받아 대신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다.


창가에서 보이는 시티뷰 | 출처: 29 STREET


반면 부기장이 느끼는 이륙은 설렘 보다 ‘몰입’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길까봐 벌벌 떠는 긴장 보다 무대의 큐 사인이 들어갔을 때 처럼 기계적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몰입한 상태로 이륙하게 된다. 뒤에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항공기가 이륙하는 속도는 약 시속 250km 내외로. 꽤 빠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경험할 수 없는 꽤 빠른 속도다. 혹시라도 속도가 궁금하다고 네비게이션 어플을 켠다면… 과속한다고 내 안전운전 점수가 뚝뚝 떨어지지 않을까?


이륙 전 조종실의 모습 | 출처: 유튜브(하단 링크 참조)


빠르게 움직이는 비행기 조종실에서 조종사들의 눈과 머리, 손과 발이 바쁘다. 항공기 속도가 잘 올라가는지, 엔진 계기판에 나오는 엔진 출력값, 온도 등이 정상적으로 수치인지 계속 모니터하고 상황을 살펴야 한다.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이륙 중단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이륙 도중 어느 속도에서는 비상상황에서 정지를 해야 하고, 어느 속도에서는 비상상황이라도 이륙을 해야 한다. 항공기가 붕 떠오르고 랜딩기어라고 부르는 바퀴를 올리는 순간에도 ‘안 올라가면 해야 할 일’을 염두하기도 한다. 그래서 설렘 보다는 몰입과 집중이 어울린다.


넌 일 하면서 설레겠다. 그치?


비행과 항상 같이 따라다니는 단어, 설렘. 한 달에도 몇 번씩 해외를 오가며 파란 하늘을 날아오르는 조종사들에게 설렘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있는 단어다. 지는 해가 관제탑에 살짝 걸친 채 붉은 노을이 물들여진 예쁜 하늘이더라도 ‘기장님, 오늘 활주로 뷰가 너무 예쁜걸요. 기장님께서 이륙하시는 동안 저는 사진 찰칵찰칵 찍겠습니다.’ 라고 말 하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눈으로 담고 마음으로 ‘와 예쁘다’ 라고 잠시 생각할 뿐이다. 설렘이 있긴 하다. 아주 잠깐, 아주 잠깐이다.


누군가가 설렘을 물어보면, 어느새 ‘응’ 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바쁘고, 긴장되고, 신경 쓸 것이 많아도 설레는 순간이 설레는 것은 사실이니까. 문 닫고 출발하는 항공기가 다시 손님들을 내려드리는 시간 동안 마음 속 여러 감정들 중에 설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언제 가장 설레냐고 물어본다.


사실 손님으로 타는 비행기가 가장 설랜다.

기장님들을 믿고 맡긴 채 온전히 설렘을 느낄 수 있으니까.


독자님들께서 비행기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진 출처]

https://29street.donga.com/article/all/67/2045303/1​​

https://www.google.co.kr/url?sa=i&url=https%3A%2F%2Fwww.youtube.com%2Fwatch%3Fv%3DDWqwzCTIW3Q&psig=AOvVaw0RfPW9Z2djitZEqRpfWU0K&ust=1710737022167000&source=images&cd=vfe&opi=89978449&ved=0CBUQjhxqFwoTCNCejJq--oQDFQAAAAAdAAAAA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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