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 배> 리뷰
배우가 많은 연극
21명의 배우 중에 누가 메인이고 누가 조연인지 구분 짓지 않았다. 21명의 연극치고 다소 많은 배우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고자하는 연출가의 의도가 보였다. 불법 선상 고기잡이 배를 타게 된 조선족은 법적으로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돈만을 목적으로 불법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배에 탑승한 공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사회적 피해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사연이 있으며 돈 벌어 갖다 줘야할 가족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도 반란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 조선족도 있다.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선장, 항해사, 기관장, 등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골고루 등장한다.
그러나 인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이 연극의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집중이 다소 분산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족과 한국인 중 대표 인물을 한두 명씩 배치하고, 의상으로 한국인과 조선족의 명확히 구분하여 대립구조를 뚜렷이 나타났더라면 조금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이 부분이 조금은 아쉽기는 했지만, 선악의 구분을 명백히 분리하거나 조선족과 한국인의 갈등이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연출가의 마음이 이해는 갔다. 그 누구도 피해자이거나 가해자도 아니며 결국 연극의 후반부에는 대자연, 즉 암초 앞에서는 결국에는 모두 평등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예상치 못한 전개
이 연극은 1996년도에 실제 발생했던 선상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역동적이고 피로 잔뜩 물들인 장면을 예상해서 긴장했지만, 이 연극은 살인사건에 초점 맞추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돈 때문에, 스스로가 인간임을 잊은 채 갈등의 극으로 다다라 총기사건이 발생해야 결국 모두 인간임을 자각하게 된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 서로 꽃을 나누면서 사는 것이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21명의 배우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진다. 그리고 모두 노래를 부르며 연극이 마무리된다. 이 끔찍한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참 궁금했는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향으로 끝맺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