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Everyone Else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by 아살리아
이것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음악.


우린 처음 옥상에서 만났습니다. 찢겨져 누군가로부터 버려진 소파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의자가 놓여있던 그곳에서, 해가 질 무렵이면 한 명, 두 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여들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르겠어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서로 나눴는지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걸 보면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 였던게 분명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들 중 유일하게 내게 미소를 보내준 사람입니다.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지루한 장면이 나오면 Skip을 무한 반복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그가 어느 날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이라면서요. Cold Play의 음악이었죠. 우린 오랜 시간 그들의 음악에 취했습니다. 지금 제겐 음악만이 남았습니다. 그는 없지만 음악이 있네요. 음악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Fix you의 기타 소리를 듣고 있으면 생각이 납니다. 추억합니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때를 떠올리는 것.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림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림.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 혼자서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못가는 수줍은 아이였는데, 국민학교 5학년이 되던 해에 우리 부모님은 분당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신도시 1세대가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목적이 있는 이사였겠지만, 당시 어린 저의 목적은 낯선 환경의 무서움을 만나 버티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내가 찾은 그 무서운 시간을 흘려 보낼 방법이었습니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손바닥이 아닌 손가락에 회초리를 내리치시는 무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보다 그 낯선 시간이 더 무서웠나 봅니다.


그림을 그리다 걸렸습니다. 그는 회초리 대신 그의 화가 친구에게 저를 데려가 주셨습니다. 반 친구들은 제 그림을 좋아해 주었습니다. 저는 스타가 된 듯했습니다. 어렸을 적 소질은 거기서 멈추었습니다. 성인이 되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렇지만 그림의 힘을 압니다. 잘 그린 그림, 못 그린 그림은 없습니다. 누가 무엇을 그렸던지 그림 그 자체로 사람을 끌어 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국민학교 수업시간에 그렸던 저의 그림이 그러하듯이.


그림 하나로 사람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것.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진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사진.


"사진 좋아해요." 그러면 다시 묻습니다. "사진 찍는 거요? 아니면 찍히는 거요?"


대학시절 사진 동아리에 들었습니다. 학교 다니기가 싫어서 들어야 되는 전공과목을 공강 없이 2일에 억지로 껴 맞췄습니다. 그리고 모자란 학점을 교양과목으로 하루에 다 넣어 주 3일을 만들었습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교양과목이 있던 하루는 격주로 나가, 서로를 위해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완벽한 스케줄을 짯다며 괜스레 으쓱해졌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모여 사진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내게 남은 대학교 시절의 유일한 추억은 사진 동아리였습니다. 그렇게 사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바보 같다'라고 팔로워 들과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트위터를 합니다. '나는 이렇게 행복하다'라고 보여주기 위해 페이스북을 합니다. '우리 애가 이렇게 예쁘다' 아줌마들의 삶의 돌팔구로 써 카카오스토리를 합니다. '나는 명품가방을 가지고 있다' 허세로 무장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를 합니다.* 트위터도 페북도 카스도 인스타도 없던 시절, 우리에겐 싸이월드가 있었습니다. 일촌들의 파도 타기로 사진을 만났습니다. 순간을 기록한 회고록 같기도 합니다. 싸이월드의 계정은 남아있습니다. 그곳에 나의 많은 추억이 잠들어 있습니다.


추억을 머금은 사진을 찍고, 찍히는 것.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 본문에 쓰인 '우리가 이렇게 바보 같다', '나는 이렇게 행복하다', '우리 애가 이렇게 예쁘다', '나는 명품가방을 가지고 있다' 문구는 허지웅님이 JTBC 마녀사냥에서 했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것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여행.


모험가가 되고 싶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호기심으로 출발했습니다. 어렸을 적엔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났습니다. 새로움을 발견하고, 훗날 그것이 현실과 크게 이질감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도 여전히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이제 그 즐거움을 종이가 아닌 낯선 땅에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총체적으로 눈 앞에 펼져진 씬에서 온전히 내가 진두지휘한다는 그 짜릿함을 사랑합니다.


첫번째 짜릿함은 인도에서 시작합니다. 마지막은 남극을 꿈꿉니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나머지 대륙을 밟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행복합니다. 설레입니다. 여행 중에는 부지런해 집니다. 용감해 집니다. 예뻐집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그것을 갈망합니다.


여행을 통해 다른 세계와 다른 자아를 만나는 것.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무엇을 이곳에 적어 나갈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먼저 시작한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았습니다. 내린 결론 세 가지는 정보제공 글보다는 공감이 가는 글을 쓰자는 것, 블로그와는 다르게 맞춤법에 신경을 쓰자는 것, 그리고 결국 그들과 나는 다르지 않다는 것.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때가 떠오르고, 그림 하나로 사람의 환심을 산다는 걸 알며, 추억을 머금은 사진을 찍고 찍히고, 여행을 통해 다른 세계와 다른 자아를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여행 속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당신들과 같습니다.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