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에고이스트지. 에고이스트가 아니면 글을 못 써. 글 쓰는 자는 모두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쓰는 거야. 자기 생각에 열을 내는 거지. 어쩌면 독재자하고 비슷해. 지독하게 에고를 견지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만인의 글이 되기 때문이라네. 남을 위해 에고이스트로 사는 거지.”
-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그 시작점을 찾아 기억의 조각 조각들을 맞춰본다.
그 처음의 순간에 난...
무척이나 삶을 버거워했더랬다.
쌓이고 쌓인 감정들이 내뿜는
지독한 썩은 내에 질식사할 것만 같았다.
형체를 알 수 없이 부패한 감정들을
무어라 말로 표현할 길 없어
처음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형제를 알 수 없이 일그러져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정리되어
형제를 알아볼 수 있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나는 언어를 회복할 수 있었다.
언어를 막 배우는 아기처럼
내 감정들을 서툰 솜씨로 조금씩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어령 선생의 말씀처럼
글을 토해내던 나는 지독히 에고이스트였다.
내가 살기 위해 글을 쓰던 순간이었다.
폭풍 같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지금의 나는
이어령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만인의 글’이 되기를 소망하며
글을 쓴다.
나의 지독히 에고이스트적인 글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심장을 울리는 글들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 누군가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 쉴 힘도 없는 그 어떤 이도
다시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언젠간
삶이 선물이고 기적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그날이 온다고....
그러니
오늘도 살아가라고,
오늘도 살아내라고
뜨거운 위로를 담아 글을 쓴다.
박효신 <숨>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하루 쉴 곳이
오늘만큼 이렇게 또 한 번 살아가
침대 밑에 놓아둔
지난밤에 꾼 꿈이
지친 맘을 덮으며
눈을 감는다 괜찮아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내 작은 가슴이
숨을 쉰다
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 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이 어린 가슴이 숨을 쉰다
고단했던 내 하루가
숨을 쉰다
* 이미지 출처 : 박효신 7집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