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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디 Dec 02. 2019

무뚝뚝한 며느리라서 죄송합니다

내 나름대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01. 결혼 전


나는 무척이나 무뚝뚝한 사람이다. 그래서 부모님께도 사랑스럽고 애교 가득한 딸의 모습은 눈꼽만큼도 없고, 그러한 역할은 오빠가 대신하고 있다. 아빠는 항상 "친구 누구네는 말이야~ 걔네 딸은 아빠한테 팔짱도 끼고, 애교도 부리면서 어찌나 귀엽던지.." 라고 부러워 하시며 나에게 그러한 모습을 요구하셨다. 요즘같은 시대에 여자이기에 갖춰야 할 모습을 강요하는 게 나는 불편했고, 또 이렇게 태어난 나에게 왜 다른 성격을 요구하는지 화만 났을 뿐이다. 그래도 아빠이니까 (회사 상사가 아니니까) 참고 넘어갈 수 있었다. 


또, 어느 친구는 내게 그랬다. 결혼 후에 시부모님께 싹싹하게 굴어야 예쁨을 받는다고. 나의 예비 남편에게 남자 동생이 있다는 것을 듣고선, 나중에 그 동생이 결혼해서 집안에 둘째 며느리가 생겼는데, 그 며느리가 애교도 많고 싹싹하면 너는 상대적으로 예쁨을 받지 못할 거라고. 평소에 무뚝뚝한 나를 보며 그 친구는 먼 미래의 상처 받을 내가 걱정이 된 건지, 지나친 오지랖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맞는 말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는 앞서 아빠의 상황에서와 같은 질문이 생겼다. 


왜 나의 성격을 바꿔가며 어른들에게 맞춰야 하는 거지?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왜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어가며 그들의 만족감을 높여줘야 하는 건지 의아했다. 애초에 나는 그렇게 어른들에게 예쁨 받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이러한 마인드는 회사에서도 동일하고,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내 사회생활은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02. 결혼 후


이렇게 생각했던 나였지만 대한민국의 며느리가 되니까 이쪽 저쪽에서 압박이 생긴다. 우리 부모님은 물론, 남편, 시부모님, 시가/친가 친척들, 친구들, 회사 동료까지..  사위가 되어서 해야 할 도리는 많지 않은데, 며느리 된 도리로서 갖춰야 할 무언가는 왜 이렇게 많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압박을 받아야 하는 건지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잦은 안부전화와 시댁 식구들을 만났을 때의 싹싹함, 애교, 친한척' 등등.. 누군가에겐 그닥 어렵지 않은 일이겠지만 평생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에겐 곤욕의 일들이었다. 다행히 시부모님은 내가 이런 걸 어려워한다는 걸 아셨는지 크게 기대하지 않은 눈치셨다. 


다행은 다행이지만 이런 내 마음은 죄송스러움으로 번졌고, 그 죄송스러움은 또 다른 이상한 감정으로 번져나갔다. 바로 '연민'이었다. 이건 내가 부모님께 느끼는 감정과도 비슷하다. 나이 들어감에 대한 애잔함과 더 잘해드리지 못한 미안함이 섞인 감정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것처럼 다른 며느리들처럼 싹싹하게 해드리지 못하는 데서 오는 죄송함이었다. 특히 시부모님은 아들만 둘이라서 내게 딸과의 아기자기함을 기대하셨을 것이다. (사실 우리 엄마랑도 못하는 거라서 정말 쉽지가 않다.) 


이런 미안한 마음이 들 때면,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마음을 써드리려고 노력한다. 두 분이서 여름 휴가를 가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드시라고 적게라도 용돈을 챙겨 드렸다. 특히 아들들이 먼저 해줄 수 없는 것들을 챙겨드리려고 한다. 얼마전엔 시부모님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꽃다발을 집으로 배송해 드렸다. 사실 나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도 한 번도 해주지 못한 꽤나 고급스럽고 정갈한 포장으로 배송되는 꽃다발을 집으로 배송해드렸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기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였다. 


이번 결혼기념일에 시부모님께 보내 드린 꽃다발과 메시지


평생에 이런 꽃배달 선물은 처음이라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이제껏 더 챙겨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다. 꽃병에 예쁘게 담아서 인증샷을 보내주시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무뚝뚝한 며느리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더 많은 표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런 꽃다발 선물처럼, 평생을 9남매의 맏며느리로써 여자대장부처럼 살아오신 어머니의 마음을 같은 여자 대 여자로써 헤아려줄 수 있느 며느리가 되어야겠다. 



03. 글을 마무리하며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며, 타인에게 이를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너는 여자니까 이렇게 해야해, 너는 며느리니까 이렇게 해야해" 와 같은 잔소리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이다.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어떤 마음 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를 먼저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곧 결혼하는 친구들이 시부모님께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물어볼 때면 이렇게 조언해주곤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나만의 방식이라는 말을 꼭 덧붙인다.)


"너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이고, 너의 부모님이 소중하듯 시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될 거라고. 그냥 그런 마음을 갖고 행동하면 된다고." 억지로 마음에 없는 애교를 부릴 필요도, 할 말도 없는데 억지로 전화를 할 필요도 없다고 얘기해준다. 결국은 진심으로 대하면 뭐든 다 통하게 되어있고, 길고 깊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계 유지와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선 시부모님도 며느리에게 동일한 마음으로 대해주어야 가능할 것이다. 많은 가정에서 서로에게 (남들로 인해 주입된) 기대를 하지 말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예뻐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샘솟았으면 좋겠다. 결국 모든 갈등은 상대에 대한 불필요한 기대와 불응에서 오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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