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늑대들이 가득한 월가에서 펭귄으로 살아남기
"무슨 일 하세요?"
내가 금융권 직장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들으면 가장 막막해하는 질문이다. 나는 월가 투자은행의 investment banker라는 직장을 가지고 있다. 투자은행의 개념이 특히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은행에서 일해요'라고 하면 정직한 출근/퇴근 시간을 가진 은행 창구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감사하게도 2013년, 월가의 늑대 (The Wolf of Wall Street)이라는 영화가 나와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위해 일하는 직원 1이에요"라고 설명하며 웃는다.
하지면 역시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 전 뱅킹의 전성기 시절을 다룬 이야기이고 과장된 사실들도 있기 때문에 물론 지금은 회사에서 그런 무서운 파티(난쟁이를 던진다거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소개하면 역시 질문공세가 쏟아진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진짜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해? 얼마 버는지 물어봐도 돼? 정말 성과급이 연봉만큼 나와?
그래서 앞으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하고, 뉴욕 월가 9대 투자은행 (bulge bracket)에서 일하는 실제 경험담, 흔한 질문들의 대답들을 담은, 백인 남성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아시아 여성의 생존 일지를 써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