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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과 포기 그 사이에서

회복기의 기록 4

by 탄만두



최선에게도

기준이 있을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최선일까


그런 말을 들었다

일단 시도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30분이라도 참석해

영 못 버티겠으면 가면 되지 않느냐는


시도조차 안 해보고

포기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냐는


전해 들었다

나쁜 의도가 아니었대도

최선과 포기를 곱씹게 된다


1년에 한 번뿐인 자리

작년 한 해

나의 열심과 노력을 인정받는 자리

아무나 못 들어가는 자리


안 갔어

과연 안 간 걸까 못 간 걸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람은커녕

한 겹 바람이 닿는 것도 싫은데


웃음은커녕

가까스로 움켜쥐고 있는데


머리부터 발까지 차려입고

누군가의 안부를 물을 수 있을까

딴에 쓴웃음 짓고

샴페인 따위를 적실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데

하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지


어떤 생각이

계속해 나를 파고든다

정말 쉽게 포기한 건가?

상황 탓을 하며 까만 굴에 숨어버린 건가


내내 나를 괴롭히는 복통도

쏟아지는 출혈도

언제 괜찮아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무치는 마음도


똥인지 된장인지

일단 찍먹을 해봐야 아는 일도

있다는 건가


수술 4일 째 되던날

행사 때 입으려 맞춰둔 드레스를 취소했다


다음달이면 배가 더 나오지 않을까

농담하며 피팅을 했는데

포기하는 마음이라고 쉬웠을까


뻔히 넘어지더라도

넘어진 후에 내 이럴 줄 알았다며

탈탈 일어나면 근육이 생기고

단단해지는 걸까


몰라

입지 않은 옷은 알 수가 없지


나는 지금

넘어질 자신이 없어

도망치고 있는 걸까?


혼란스러웠다

내게 그 말을 전한 이는

어머님이 돌아가신 날에도

일을 마치고 갔다 했다


그러니까

그 말을 뱉을 수 있었겠지만


악감정조차 사치인 통에

그럴 수 있지

라는 말로 엉성하게 덮는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인간은 원래가 다르니까



-



비겁한 아침이 지나간다

추레한 행색의 나와

마주한다


최선과 포기에 대해

되묻는다

아니 아니지


나를 미워하는 일은

이쯤 해야지


지금은 정말

사람을 만나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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