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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Sep 07. 2024

No.02

빛이 나는 아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손에 쥐여준 쪽지를 펼쳐 보았다.

거기엔 '제일 빛나는 사람'

이라고 적혀 있었다.

쓰레기를 준 건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글씨체 같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누군가 오고 있었다.


슈트를 말끔히 입은 한 남자가

어느새 내 앞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 너 뭐야. 신입인가?

드디어 인원을 충원해 준 건가.

일단 따라와. 할 게 많아.'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안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까 직원에 말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쉴 새 없이 떠드는 남자 덕에

예, 아니오도 대답할 수 없었다.

한참을 말하면서 나를 데려간 곳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유리로 된 온실 같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일반적인 곳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많았으나 사람들은 함께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를 데려 오던 말 많은 사람의 말이 떠 올랐다.

사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유독 두 가지가 내 머리를 강타했다.

절대 사람들과 말을 섞지 말 것

희미해지는 사람이 생기면 호출 벨을 누를 것.


일단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건

이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들을 쳐다보기 싫지만 볼 수밖에 없다.

이곳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보내려는 것 같기도 하다.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 사람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와

내 앞에 서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순간, 창구 직원이 건넸던 쪽지 내용이 생각났다.

유난히 밝은 빛이 보이는 곳으로 냅다 달렸다.

다행인 건 그 사람은 나를 쫓아오진 않았다.


멈춰 선 곳엔 문이 있었다.

나를 이끌던 빛은 문 너머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은 문 밖으로,

빛을 따라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 밖에는 아까 창구에 있던

그 여자가 초조하게 서 있었다.

내가 나와서 다행인 건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뒤를 이어 나를 인도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왜, 어떻게 타야 할 비행기를 타지 않은 거지?!! 미치겠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주변을 살피다 나를 붙잡아 허공으로 던졌다.

그 순간 그 여자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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