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법을 배우십시오.
그러면 죽는 법을 알게 됩니다.
죽는 법을 배우십시오.
그러면 사는 법을 알게 됩니다.
-모리 슈워츠-
뭐랄까, 이제 험난한 세상에
기댈 사람이 이제는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나의 퇴원일은 다가왔다.
사고 당시에 입었던 옷 주머니에 쪽지가 있었다.
꿈에 나타났던 여직원이 줬던 그 쪽지였다.
'빛이 나는 아이'라고 적혀 있던.
퇴원을 준비하는 동안 누군가
내 옆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랍게도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간호사형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의식이 돌아온 듯했다.
'형, 퇴원한 거야?'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를 잡으려 했으나
내 손은 허공에서 허우적 댈 뿐이었다.
내 눈엔 보이지만,
실체는 없었다.
헛것이 보이나 했지만,
눈을 비비고, 가뜩이나 작은 눈을 크게 떠 보아도
내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순간에 갑자기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러자 간호사형은 사라져 버렸다.
누구지?
사고가 일어났던 때 좀비들이
허우적거리는 공간을 감시하게
만들었던 그 남자였다.
'아, 놓쳤네. 그냥 제때 따라오면 좋을 텐데, 왜 자꾸 미련을 못 버리는 거지.'
라는 말을 했다.
그 남자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이제야 만났네? 너 덕분에 경위서를 수십 장이나 썼어. 다행히 내 잘못은 아니라
나는 그 정도로 끝났지만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너 나랑 이젠 정식으로 한 팀이 되었어.'
'네? 갑자기 무슨 일이죠? 납득이 되게 설명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너는 한 달 전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어.
그런데 그 운명이 바뀌었어.
뭐, 너의 잘못은 아니긴 해.
그래서 위에선 너에게 임무를 주는 것으로
이번 일을 마무리 짓기로 정했어.
그렇게 커다란 임무는 아니니까 겁먹지 말고.'
'살아 있는 게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 살아 있는 무게가 너무도 무거운데
임무까지 맡아야 하는 건가요?'
'어쩔 수 없어, 위에서 결정한 거라서.
넌 앞으로 다섯 명의 부유령을 나에게 인도해야 해.
살지도, 죽지도 않은 자를 말이야.
삶에 대한 집착, 원망, 의무로 인해서
사자의 인도를 피한 사람들을 찾아 내.'
'그럼 제가 그 사람을 찾아 내 인도하게 되면,
그 사람들은 죽는 건가요?'
'꼭 그렇진 않아. 그들은 현재 의식이 없어.
그래서 네가 있던 곳에서
의식이 회복될 때까지 대기를 하는 거지.
어떤 이는 살 수도,
어떤 이는 죽을 수도 있어.
하지만 부유령이 된 상태로 생명이 다하게 된다면,
그 부유령은 더 이상 환생할 수가 없어.
사자의 명으로 소멸이 되는 거야.
너는 그래서 다섯 명의 삶을 이어가도록
내게 인도를 해야 해.
본의 아니게 내가 겸직을 하게 되어서
다음 사자가 충원될 때까진 네가 필요한 상황이야.
다섯 명이 인도되면 너의 임무는 끝이나.'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되나요?'
'천계의 일은 잊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는 거지.
싫어? 싫으면 운명대로
너는 죽게 되고 네가 구해야 할 사람들은
소멸하게 될 거야.'
선택권이 애초에 없었던 계약이었다.
그냥 하라고 강요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뭐 해? 얼른 일 안 하고?
부유령을 발견하면 이 종을 흔들어.
부유령 위로 문이 열려 데려갈 테니. '
그렇게 다섯 명의 부유령을
인도해야 하는 엄청난 임무를 맡게 되었다.
나의 구해야 할 첫 번째 부유령은
아이러니하게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나를 친동생 같다며
간호해 주던 간호사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