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기
마련이다.
-플라톤-
이 난관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까.
가해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았다.
형이 싸우던 사람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일상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단순한 과실로 처리된 듯하다.
정작 피해자는 의식이 없는데,
피해자만 불쌍할 뿐이다.
범죄드라마를 보면 항상 주인공들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실마리를
찾는 걸 보니 시작은 그곳에서 진행해 봐야겠다.
나도 누군가를 시킬 지위도,
권한도 능력도 없기에 일단 가 볼 수밖에 없겠지.
마침 오픈시간인 술집에는 두 명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가게로 들어가니 손님인 줄 알았는지
자리로 안내했다.
'아, 술을 마실 건 아니고,
얼마 전 있던 사고에 대해 확인할 게 있어서 왔는데요. 지금 입원 중인 석현 씨와 석훈 씨 지인이라서요.
단순한 사고라기엔 너무 이상해서요.'
이 말을 들은 둘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그 간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 둘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꽤 친한 사이었다.
졸업을 하고 나서 퓨전 포장마차를 오픈했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손님이 찾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그 둘을 괴롭히던 가해자였다.
악연은 지독히도 오래
전학 온 학생을 처참하게 괴롭히던 가해자는 괴롭힘을 저지하던 학생마저도 철저하게 괴롭혔다.
부잣집 아들의 힘은 위대했고 교묘했다.
결국 그중 한 명은 전학을 갔고,
다른 한 명은 그 괴롭힘에 자퇴를 해 버렸다.
찬란하게 빛날 시간을 어둠으로 바꿔 버린
가해자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날엔 자기가 어렸다며,
다 잊고 다시 친하게 지내자며 가해자인 주제에,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피해자는 용서하지 않았으나
가해자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그날 이후로 그 술집은 가해자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 상황에서 늘 만취상태로
옆 테이블과 시비가 붙는 일들이 잦아졌고,
그럴 때마다 늘 그의 집에선
가게의 CCTV 메모리를 지우고,
피해자들에게 돈으로 무마시키고 있었다고 한다.
티 없이 빛날 시절을 짓밟던 존재가
다시 빛날 순간을 다시 가리고 있었다.
이런 일들이 많아지자,
그 둘은 혹시나 있을 사고를 대비해
별도의 장치를 추가했다.
cctv의 녹화영상이 하드디스크와
클라우드에 동시에 저장되도록 말이다.
가해자의 집에선 하드디스크에만 저장될 줄 알았던
그날의 기억이 또 다른 곳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 둘은 처음엔 경찰에 제출하려 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집에선 이미 손을 써 두었고,
여기서 있던 모든 일들은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과거 학교에서 처럼 없던 일이 될 뿐만 아니라
본인들이 맞닥뜨릴 후폭풍을
감당할 용기가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