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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 우울 Apr 06. 2021

우울할 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법




우울할 때마다

샌드위치를 해먹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다들 우울할 때 무엇을 먹을까?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앞으로' 라는 말도 있는데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솔직히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평소에도 맛있는 맥주를 정말 좋아하지만, 우울 앞에서는 그 빈도와 강도가 더욱 세지는 법. 정말 잘 마신다.


그렇게 잘~ 마시고 나면 숙취와 함께 현타가 찾아온다. "아, 다신 마시지 말아야지."하는 마음이 어느 기간동안 든다. 그때의 내 마음은 정화가 된 상태. 우울하다가도 '정신차리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짓고 일상생활을 한다. 그럴 때 찾는 것이 있다면 샌드위치가 아닐까 싶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살면서 샌드위치 한 두번 정도 만들어 봤지만, 사진 속 샌드위치는 '본격적으로 샌드위치를 해먹자!'라고 다짐하면서 만든 샌드위치의 첫 모습이다. 처음이다보니 많이 어설펐다. 이왕 먹는 거 예쁘게 먹겠다고 열심히 만들었다. 그래도 결과는 성공적. 샌드위치는 여러가지 재료가 한 입에 들어오다보니 뭘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우울할 때,

나를 위한 요리를 한다는 것.


술을 마셔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지. 하지만 정말 좋은 것은 나 자신을 케어하는 것. 우울할 때 힘을 내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힘들더라도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 이왕 움직일 거면 맛있는 거 먹는 것부터 시작하자. 적어도 나는 우울했지만 대충 먹고 싶진 않았다. 먹는 것에 참 진심이었던 우울증 환자였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토마토가 너무 먹고 싶어서 쓸어 왔다.

샌드위치를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그냥 식빵 위에 재료 척척척척 올리면 끝 아닌가? 싶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요리다. 일단 재료가 많이 든다. 유통기한이 오래가지 못하는 식빵과 식빵에 바를 스프레드 2종류, 닭가슴살 혹은 샌드위치용 햄, 토마토, 계란, 로메인 혹은 청상추, 양파, 파프리카까지 모두 구매하고 나면 대략 4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토마토가 생각외로 정말 비싸다. 플라스틱 용기에 5개 정도 큼지막하게 들어있는데 8-9천원이라는 가격이 찍혀 있을 때 정말 진심으로 고민하게 된다. '토마토를 뺄까...?'


한번에 구입한 재료들로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이 먹지도 못한다. 매일 1끼를 샌드위치로 먹으려 했지만 약속이 있거나 사정상 못 먹으면 하루를 넘기게 된다. 그 사이 우리의 소중한 식빵님은 유통기한을 잃어 간다.



더구나 재료를 사는 것도 까다로운데 만드는 것 또한 까다롭다. 먼저 식빵을 타지 않게 적당히 구운 뒤, 닭가슴살을 삶고, 굽고, 또 계란 후라이는 적당히 섞어두고 식빵 사이즈에 맞춰 후라이하고, 깨끗하게 씻은 각각의 채소들을 겹겹이 쌓은 뒤 잘랐는데 엉망일 때의 그 좌절감이란 .... 그래도 어떻게든 잘 먹겠다고 세팅하고 예쁜 잔에 우유나 아메리카노, 혹은 ABC 주스를 준비한다.






ABC주스가

그렇게 좋다며?


나만 빼고 다들 아는 ABC주스! N사 블로그나 카페, 커뮤니티를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특히 연령대가 조금 높아져 가정을 이루는 주부님들이라면 더더욱. 나는 뒤늦게 ABC주스가 좋다는 소문을 들었고, 뒤늦게 합류했다. 물론 한 손에는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들고 유행기차에 뒤늦게 착석했다. (요즘도 먹는 사람들은 많은 것 같다.)


ABC주스는 사과의 Apple, 비트의 Beet, 당근의 Carrot를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사과, 비트, 당근이 적정 비율로 함류되어 있는 과일주스다. 몸의 독소를 빼내거나 내장 지방을 분해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뭐든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당장 쿠팡으로 사과와 비트, 당근을 구매했다.


 


비트의 색이 강렬해서 사과와 당근의 틈은 전혀 보이지 않는 ABC주스, 정말 우울함에 빠졌을 때 하루의 시작을 저 주스와 함께 시작했다. 전날 미리 준비해둔 과일들을 아침에 믹서기에 넣고 갈고, 한입에 쭈욱 마셨을 때 조금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나의 하루들은 시작되었다.






샌드위치가 잘 만들어진 날에는 잠시 상상속에서라도 샌드위치 가게를 창업해본다.


아무튼 다시 샌드위치로 넘어와...... 나는 이렇게 샌드위치를 만들고 먹는다. 예쁜 샌드위치도 먹는 순간 흐트러지고 금세 사라진다. 먹는다는 활동 앞에서 예쁜 샌드위치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음식일 뿐이다. 그래도 그 순간 나는 그나마 인간다운 사람이 된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잣대가 엄격한 나는 이것 또한 잣대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골골대며 대충 이것저것 인스턴트를 먹는 것보다,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먹는 것보다 이것이 훨씬 더 건강한 편이다.


물론 재료들의 건강함도 있지만 정신건강, 마음건강면에서도 그렇다. 마음이 아플 때 움직이는 것이 어렵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한다. 더욱이 우리가 앞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무언가를 하기 위해 조금씩의 움직임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먹는 것'부터 나 자신을 위해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뿌듯해하는 그 순간들이 그 나날들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왕 먹는 것. 나를 위한 음식을 먹자, 그리고 몸에 좋은 음식을 준비해보자. 그러다 보면 우울한 감정도 조금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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