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기반의 시대 — 제9편

경계는 어디에 남는가

흔들리는 기반의 시대 — 제9편

경계는 어디에 남는가



같은 설비, 같은 흐름, 다른 교대.

모니터의 수치는 여전히 안정되어 흐른다.


이상은 없고, 경고도 없다.

기록에는 “정상”이 반복된다.


그런데 한 작업자가 멈칫한다.

수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흐름의 결이 미세하게 어긋난다.


그는 잠시 손을 멈추고, 이전 교대의 기록을 더듬는다.

운전일지에는 같은 문장이 시간대만 달리해 반복되어 있다.


“점검 후 정상 가동.”


그 문장은 결과를 말하지만, 이유를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묻는다.


“어디에서 한 번 멈췄는가.”


답은 없다.

기록은 남아 있지만, 판단은 남아 있지 않다.


그는 라인을 멈추지 않는다.

대신 속도를 낮추고, 흐름을 다시 읽는다.


그리고 같은 지점에서,

아주 짧게 멈춘다.


이 장면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사고도 없고, 기록에도 특별한 표시가 남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은 멈춤은

앞선 판단과 이어져 있다.


경계는 여기에서 드러난다.


경계는 기록 그 자체에 남지 않는다.

수치에도 남지 않고, 결과에도 남지 않는다.


경계는


흐름의 사이에 남는다.


수치와 수치 사이,

기록과 기록 사이,

판단과 판단 사이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남는다.


그래서 경계를 찾으려 하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흐름을 따라가면

반드시 드러난다.


맡김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표면에 기록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표면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경계는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며 드러난다.


이것이 없다면

기록은 축적되지만,

판단은 축적되지 않는다.


그리고 판단이 축적되지 않는 곳에서는

경계도 자라지 않는다.


이 연작은 여기서 또 한 걸음 나아간다.


경계는 작동하고, 유지되고,

그리고 남는다.


그러나 그 남음은

보관의 형태가 아니다.


경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는다.


설명으로 전달되고,

행동으로 이어지고,

선택으로 다시 나타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이것이다.


경계는 관계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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