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 생애 변곡점 전후, 부모의 마음 변화
한 아이의 삶이 크게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부모의 마음이다.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의 삶에서도 중요한 변곡점마다 부모의 마음 상태는 크게 달라졌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태도는 서로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딸의 변화와 함께 부모로서의 인식과 감정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첫 번째 시기는 감각 상실 이후의 초기 단계이다.
헬렌 켈러가 생후 약 열아홉 달 무렵 병을 앓은 뒤 시각과 청각을 잃었을 때, 아버지 아서 헨리 켈러(Arthur Henley Keller 1836–1896)와 어머니 케이트 켈러(Kate Adams Keller 1856–1921)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현실적인 태도를 보이며 아이의 상태를 받아들이려 했고, 생활 속에서 가능한 한 평온하게 지내도록 하려 했다. 그러나 어머니 케이트는 딸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이 시기의 부모 마음은 체념과 희망 사이의 긴장 상태였다.
두 번째 시기는 교육의 가능성을 찾기 시작한 시기이다.
헬렌의 행동이 점점 통제하기 어려워지자 부모는 교육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특히 어머니 케이트는 여러 책과 사례를 찾아 읽으며 희망의 단서를 찾으려 했다. 로라 브리지먼(Laura Bridgman 1829–1889)의 교육 이야기를 접한 뒤 그녀의 마음은 크게 움직인다. 이때 어머니의 심리는 절망 속에서 가능성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탐색으로 바뀐다. 반면 아버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며 현실적인 판단을 중시했다.
세 번째 시기는 앤 설리번(Anne Sullivan 1866–1936)의 도착이다.
1887년 앤 설리번이 켈러 가정에 도착했을 때 부모의 마음은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어머니는 새로운 교육이 딸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강하게 품고 있었고, 아버지는 그 변화가 실제로 가능할지 신중하게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생활 면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설리번은 헬렌을 일정 기간 부모로부터 분리하여 교육하려 했고, 이는 부모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때 부모의 마음은 사랑과 교육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상태였다.
네 번째 시기는 “water”라는 단어의 깨달음 이후이다.
헬렌 켈러가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하자 부모의 마음은 크게 달라졌다. 그전까지 딸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했던 부모는 이제 교육의 가능성을 분명히 느끼게 된다. 특히 어머니 케이트는 딸이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아버지 역시 딸의 변화에 놀라움을 보이며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된다. 이 시기의 부모 마음은 희망이 현실로 확인되는 순간의 감정이었다.
다섯 번째 시기는 헬렌 켈러가 지적 세계로 들어가는 단계이다.
헬렌이 학문을 배우고 사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부모의 마음도 또 한 번 변화한다. 어린 시절 보호해야 할 존재였던 딸이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부모에게 헬렌은 더 이상 돌봄의 대상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한 인간이 되었다.
헬렌 켈러의 삶을 보면 변곡점마다 아이의 변화와 함께 부모의 마음도 변해 갔다. 절망에서 탐색으로, 탐색에서 희망으로, 희망에서 확신으로. 한 아이의 성장은 그 아이 혼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의 마음이 함께 변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