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힘, 생각의 시작 ①

우리는 왜 제대로 보지 못하는가

by EchoBridge

우리는 왜 제대로 보지 못하는가

: ‘아는 것’이라는 착각에 대하여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것을 본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교과서를 펼치고, 문제를 읽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무심코 스친다.

그리고 착각한다.

내가 그것을 분명히 '보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뇌 안에서 습관적으로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의 뇌는 지독할 정도로 효율적인 에너지 절약 장치다.

매 순간 모든 대상을 새롭게 관찰하지 않는다.

익숙한 것은 훑어 넘기고, 아주 낯선 자극에만 잠시 시선을 붙잡아둔다.

그래서 우리는 ‘정확하게 보는 것’보다 ‘빠르게 알아보는 것’에 훨씬 능숙해진다.

이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생각의 출발점에서는 결정적인 격차를 만든다.


요즘 아이들의 학습 방식에서 이 착각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태블릿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그 화면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시청한다.

아이들은 당당하게 말한다. “그 강의 여러 번 봐서 다 알아요.”

하지만 막상 문제를 풀어보면 손도 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들이 ‘본 것’을 ‘아는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설명을 들을 때는 뇌가 그 정보에 익숙해진다.

강사의 매끄러운 논리는 내 뇌가 이해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스스로 설명할 수 없고,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거나 다른 맥락과 연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코 내 것이 아니다. 공부는 눈으로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내 안에서 정보를 다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가 이 인내와 재구성의 단계를 건너뛴 채, 이해했다는 착각 상태에서 멈춰버린다.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게 해보면 종종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분명 문제를 읽었고 제시된 그림도 보았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답을 써낸다.

나중에 다시 보면 충분히 아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될까?


대부분의 경우, 이유는 명확하다.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 속 핵심 조건을 눈이 스쳐 지나갔을 뿐 뇌가 붙잡지 못했다.

중요한 단서를 건너뛰고, 전체 구조를 파악하지 않은 채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방식으로 서둘러 결론을 내버린 것이다.


이것은 지식의 부족도, 단순한 집중력의 문제도 아니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가장 첫 번째 관문인 ‘보는 방식’의 문제다.





오늘은 생각을
한 스푼 얹을까요?
아니면 한 스푼 덜어낼까요?
매거진의 이전글확장된 인간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