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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09. 2021

2001년 9월 11일의 기억

지나가는 생각들


그날은 날씨가 너무 좋은, 파일럿들이 말하는 하늘이 severe clear 한 오전이었습니다.


2001년 9월 11일 당시 저는 아래 사진 속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건물에 있었습니다. 28 Liberty Street에 위치한 One Chase Manhattan Plaza라는 빌딩입니다. 회사가 이 빌딩 33층에 있었고, 사무실도 The Twin Towers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선은 두 번째 비행기가 The South Tower에 충돌한 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Manhattan을 탈출한 노선이지요.



첫 번째 빌딩이 무너진 후로부터는 전화도 안 되고 지하철도 이미 끊긴 터라, 걸어서 이 섬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의 일들은 사실 세세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The Brooklyn Bridge를 30분 만에 다시 건너서 사무실에 돌아간 후 짐을 챙기고, 주차한 차를 주변 환경이 복잡해진 그때는 뺄 수가 없어서 uptown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간 후 yellow cab을 잡고, midtown까지 간 후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강을 건너 집에 돌아간 전체적인 틀은 기억이 나지만, 그 사이사이의 세세한 것들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매캐하고 쓴 냄새와 더불어 경찰차들과 소방서 차량들이 지나가면서 내는 siren 소리, 그리고 사람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적막한 거리 풍경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남쪽을 돌아보면 적막한 어둠 속에서 저 멀리 WTC 가 위치해 있었던 Financial District 쪽에서 계속 내뿜어져 나오는 연기 및 희뿌연 색의 먼지구름, 그리고 구조작업을 위해 하늘로 향해 밝게 비추고 있는 조명과 상공을 선회하는 헬리콥터들의 불빛들만 어지럽게 내리비치고 있었지요. 최근 Covid-19 lockdown으로 인해 shutdown 된 거리와 매우 비슷했지만, 당시에는 도시 전체가 장례식에 간 듯한 아주 eerie 한 분위기로 가득했었습니다. 거리에서 그리고 버스에서 본 사람들의 표정도 무표정이었지요. New Yorker 들의 얼굴에서 그날 본 표정을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날 오전 South Tower 가 먼저 무너지고 난 바로 직후 North Tower의 Lobby & B1 level에서 FDNY 가 찍은, 아마도 WTC 안에서의 마지막 사진이라고 합니다. 이 장소도 여러 번 지나다니던 곳이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픈 사진입니다.



4일 후 2001년 9월 15일 사진입니다.




50만 명을 태워 나른 수많은 배들:

2001년 9월 11일 당시 Lower Manhattan에서 탈출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거의 1,000.000 명정도 되었답니다. 그중 500,000명을 출퇴근용 ferry 들과 물에 뜰 수 있는 크고 작은 모든 배들이 모두 모여 이들을 9시간 동안 NJ 등 근교로 이동시켰다는군요. 첫 3시간 동안엔 거의 30만 명을 이동시켰다고 합니다. 당시엔 또 다른 어느 공격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모여든 배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는 실화랍니다. 아래 그 당시 찍은 사진이라는군요 - 작은 배 한 척이 사고 장소 가까이로 근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Steve Buscemi의 일화:

많은 사람들이 이 테러가 발생한 직후 뉴욕으로 와서 일손을 거들었답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했다는군요. 특별히 이 사람을 두각 시키려는 의도는 없으나 이분의 그 당시 행동이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졌고, 이 사실 또한 동료 소방관들로 인해 알려졌다고 하여 올려봅니다. 이 배우는 뉴욕 출신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매우 고지식한 분이었다는군요. 4명의 아들들에게 모두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했으며, Steve 또한 그랬답니다. 그래서 결국은 소방관으로 취직했던 경력도 있답니다. 하지만 소방관이 되기 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삶에 대한 방향이 불확실하여 방황을 많이 그리고 오래 했다는군요. 그래서 여러 가지 일들... cinema usher, ice-cream seller, petrol station attendant 등을 했으며, 수많은 밤을 bar에서 지낸 기억이 있답니다. 결국 소방관이 된 후에도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연극을 하고자 하여 시작한 단역들... 수십 년의 무명배우, 단역배우 시절을 지낸 후 지금은 정상급 주연배우(급)가 되었습니다.


이 사진은 1976년 사진이라는군요. 소방관 일을 오래 했던 그는 2001년 9월 11일 테러 소식을 듣자마자 단숨에 뉴욕으로 달려와서 자신이 일했던 소방서로 (Engine Company 55)가서 다른 소방관들과 함께 현장 일을 도왔다고 합니다. 하루 12시간동안 꼬박 일주일을 돌들을 들어내고 철근을 치우는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고 했다는군요.



New York, A Documentary Film (by PBS)

Series 09 "Center of the World"

PBS에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의 기간 동안 제작한 New York City에 대한 documentary 가 있습니다. 총 17.5 시간 분량의 9-part program으로, 뉴욕이란 도시가 세워진 1609년부터 그 당시 현재 2001년까지의 기간 동안을 cover 한 프로그램으로, 뉴욕을 주제로 한 documentary 들 중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Part 8 & Part 9 이 911 당시 제작 중이었으니, 이 부분을 마무리할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중 Part 9의 일부를 올려봅니다. 1974년, 세계 최초로 (그리고 전무후무하게) WTC North Tower와 South Tower를 wire 타기를 하며 건넜던 French 청년이었던 Philippe Petit (high-wire artist)의 이야기가 (첫 번째 영상) 참 흥미롭고 아련합니다. 그다음 영상은 2004년에 이 다큐멘터리를 마무리하면서 사회 여러 인사들과 인터뷰를 한 영상으로 The World Trade Center를 생각하며 나누는 이야기들입니다 (두 번째 영상).


그날 당일에도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이 두 번째 영상을 보면서도 눈물이 나더군요. 지금은 그렇지 않고 다만 목이 많이 메어오지만 - 이 다큐멘터리는 참 잘 만든 작품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YxS8HXdGDw&t=561s


https://www.youtube.com/watch?v=aD_a6q2Mn9g&t=341s




마지막으로 7년 전쯤 911 추모식이 열리던 날 맨해튼 상공을 JFK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태어난 곳은 한국이나 제 일생의 2/3를 살고 있는 나라이며 법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제가 속한 국가이기에, 이 날이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전을 뒤돌아보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지만 현실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여 씁쓸한 마음입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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