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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허생 Nov 29. 2016

1.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명랑함에 감춰진 출판사의 무게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미시마 쿠니히로

갈라파고스. 2016. 263p. 15,000


회사를 돌아가게 하려고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 만드는 것의 원점에서는 멀어진다. 만드는 것의 원점은 어디까지나 ‘기쁨’을 교환하는 것이다.


근래 부쩍 출판사에 관심이 많아져서 촌스럽기 그지없는 제목의 책을 집고야 말았다. '미사마샤'라는 이상한 출판사가 망하지 않고 5년간 살아남은 이야기를 엮은 책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다. 사장인 미시마 쿠니히로 씨가 직접 썼다.


미사마샤를 이상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우선 사장인 미시마 씨가 (제일) 이상하고, 직원들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이 이상한 이들의 집합체인 미시마 출판사가 체계적인 경영 계획 없이, 책을 많이 내는 것도 아니면서 유통 없이 서점과 직거래하고, 사내 족욕 같은 것에 신경 쓰면서 망하지 않고 나름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오밀조밀하게 담은 책이다.



1. 명랑하기 그지없는 미시마샤 이야기를 명랑하기 그지없는 문체로 풀어냈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신선하다. 중간중간 삽입된 블로그 글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과 책 마지막에 미사마 출판사 견학기를 실어 현장감을 높이려 한 점 모두 좋았다.


2. 술술 읽히긴 하지만, 묵직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가치 전도된 사회에, 미시마샤 정신으로 내내 등장하는 '원점회귀가 던지는 의미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접근방식이다. '원점회귀'를 꼰대st로 풀었다면 10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으리라. 입체적인 '보여주기'의 힘이다.


3. 출판사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출판 실무보다 삶과 직업에 태한 '태도'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출판사 경영에 참고하기 위해 이 책을 택했다면 에러. 타이트한 시대를 역행하는 유쾌한 회사, 정도로 보는 게 좋겠다. 그 회사가 망하지 않고 5년간 버텼다는 점도 주목.


4. '미화시켰다'라고 까지 폄하할 생각은 없으나, 책에서 보이는 미시마샤의 모습이 진짜 미시마샤가 맞나, 하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다. 어디까지나 사장인 미시마 씨의 관점에서 취사선택된 에피소드들이 보여주는 취사선택된 모습이라는 것.

 

5. 입체적인 보여주기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체계가 느슨해 횡설수설한 지점도 간간히 보인다. 원점회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기쁨을 교환하는 것', '책 한 권마다 혼을 담아서' 이상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아쉽다. 본인들이 만든 책이 '원점회기' 정신이 없는 곳에서 만든 것과 어떻게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려 주었더라면.


오독지수: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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