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찰스런 인간이다.
내 브런치 계정의 작가소개만 언뜻 봐도 - 딱히 맘에 안 들지만 달리 할 말이 없어 - 해찰 부리는 자의 삶이다. 세상 모든 이들이 브런치 알고리즘처럼 라벨링 된다면 나는 '기타 등등'으로 저 어디 구석에 던져질 운명인 것이다.
이런 경향은 일상에 만연한다. 온갖 어울리지 않는 행위를 한데 버무리는데, 책을 보다 갑자기 뒷마당으로 나가 멜론이 얼마나 컸나 확인을 하고 옆에서 자라는 호박잎을 한 아름 따온 후, 손 씻을 겸 설거지를 하다 난데없이 손에 물기를 털어내고 글씨 작업을 한다. 마무리란 없다. 마무리는 하루의 마지막 지점에서 돌아보면 어떻게든 다 되어있는 것이다.
주의력결핍장애는 아니고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내가 유일하게 해찰 부리지 않았을 때는 외국어 공부나 붓글씨 쓸 때 정도였다. 이 두 가지 정도가 나를 해찰로부터 해방시켰는데 이 두 행위로 지금까지 먹고사는 걸 보면 차암- 신기해.
해찰을 원 없이 거치면 그만큼 가만히 있고자 하는 힘도 상승한다. 이 힘이 기적적으로 상승했을 때 나는 뭔가 집중해서 해 보고 싶었던 과업을 실행한다. 이게 재밌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재밌어 죽을 것만 같다. 나는 해찰모드의 내가 관찰모드로, 거기서 다시 통찰모드로 흘러가는 의식을 지켜보면서 풍부한 해찰활동을 일으키는 내 존재에 감사하게 되었다.
나는 해찰 부리는 나를 산만하다고 생각하거나 정죄하지 않는다. 그러면 말짱 꽝이다. 해찰부림은 원료 수급 과정이고 원료는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또 못 참으니까.
오늘도 해찰을 원 없이 좀 부려봐야겠어.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