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나는 다양한 이유로 잘 운다. 우는 게 여러모로 인간 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나올 것 같으면 언제든지 환영하는 것이다.
어제는 달리기 하다가 아보카도를 주웠는데 정말 앙증맞고 귀여워가지고, 집에 오자마자 씻어서 오렌지들 사이에 넣었더니,
안 그래도 귀여운 것이 오렌지들 사이에 있으니 확- 더 귀여워지면서 그 귀여움을 감당치 못하여 눈물 팡팡. 오렌지들 사이에 있던 거 다시 꺼내 손에 꼭 쥐고 어깨 들썩들썩하고 있는데,
남편이 거실에 입장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 무슨 일 있어. 이거 봐. 당신도 눈물 나지?"
"핳ㅎ 귀엽네."
"눈물 안 나?"
"눈물은 안 나는데?(진지)"
남편이 정상에 가깝고 내가 이상하단 걸 알지만, 속으로 몰래 믿는 바가 있다.
다양하게 울 줄 아는 사람은 자연의 섭리에 더 가깝다는 믿음.
세상에 내리는 온갖 비들의 사정을 어렴풋이 헤아리는 사람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