恒產恒心
최근 달리는 인간으로 진화한 나는
달릴 때만 휙휙 등장하는 생각들이 반가워
더 천천히 오래 뛰는 중이다.
동네에 개성 있는 집이 많은데
누군가의 취향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집들을 바라고 있자니
눈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그러다 문득
인간은 예쁜 집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 예쁜 집이 내 것이길 원한다는 사실이
그냥 순수하게 웃겨서
달리면서 깔깔 웃었다.
물질은 아름답다.
나도 물질을 좋아하는데
느끼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되고
그걸 가져야 하는 게임을
누구나 어느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한다는
이 거추장스러움이
갑자기 웃겨가지고
웃긴 김에 오늘도
가차 없이 펼쳐져있는
내 삶의 조건들을
확 끌어안아야겠다.
생전 안 웃기던 게 갑자기 웃기는 순간을
더 귀히 여겨야겠다.
오늘 저녁에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봐야겠다.
한글날 행사 준비에
더 정성 쏟아야겠다.
이러고 신발 먼지 툴툴 털고
집에 들어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