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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eProject Jul 25. 2018

운영위원회, 꼭 있어야 돼요?

운영위원회 2편

보다 민주적인 회사 운영, 조직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투명한 공유를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한 운영위원회. 처음부터 물 흐르듯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운영위원회가 겪은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소개한다. 



운영위원회는 단순한 노사협의회가 아니다

얻어내는 자리 아니였어요?


장기근속자 포상과 관련된 주제가 발제되었을 때 운영위원들은 꿈에 부풀었다. 주제가 '포상'이니만큼 운영윈원 대다수가 위원장인 사장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휴가? 돈? 금? 뭘 달라고 협상해야 지지자들이 좋아할까?" 하지만 과연 운영위원회가 사장에게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자리일까?


노사협의회는 '노'측 대표 몇 명과 '사'측 대표 몇 명이 모여 각 측의 이해관계를 '협의'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기구다. 에이스프로젝트 운영위원회는 단순히 사장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거나 사장의 요구에 협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의체가 아니다. 회사가 더 좋은 조직문화, 더 나은 제도를 갖추기 위해 어떤 것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인데 몇 번의 운영회의를 거치면서 그 성격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생겼다. 장기근속자 포상에 대해 논의하면서 운영위원회의 역할과 운영위원이 해야할 고민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운영위원회는 사장과 내가 함께, 즉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나가는 자리다. 



쉬워보이는 결정, 사실은 쉽지 않다

그냥 사장이 결정하면 안 돼요?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할 주제는 운영위원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어야 안건으로 채택된다. 발제된 여러 주제들 중 계속 과반수를 넘지 못해 안건 후보로만 몇 달을 올라오는 주제가 하나 있었다. "복지포인트*로 모바일 게임 캐시 구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제였다. 안건으로 채택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게임 캐시 구입을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들은 말했다. "그거 진짜 간단한 문제 아닌가요? 그냥 성훈님(CEO)이 해주겠다고 하며 끝이잖아요. 꼭 운영위원회에서 통과가 되야 하는 건가요?" 이들이 타운홀미팅에서 항의하자 게임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다른 직원이 말했다. "혹시 그로 인한 어뷰징이 생길 수 있는 등 리스크가 있다. 미리 리스크를 검토한 뒤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복지포인트 담당자 역시 "복지포인트 구매 항목이 늘어나는 건 반대한다. 게임 캐시의 경우 개인 계정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결제나 증빙처리가 너무 복잡할 것 같다"며 의견을 냈다. 캐시 구매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 피력은 그 자리에서 한동안 이어졌다. 각자 의견이 분분했다. 사장이 간단하게 결정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 사안에도 여러 관계자가 얽혀 있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런 종류의 선례들이 생기자 운영위원을 통해 발제하고 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전달받는 과정에 구성원들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정말 꼭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다면 운영위원들을 설득해서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타운홀미팅에서 그냥 결론을 내버리려고 하거나 사장에게 직접 요청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줄어들었다. 


* 복지포인트 : 임지원들의 풍족한 문화생활 및 즐거운 여가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복리후생제도



의견을 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모든 건 운영위원이 알아서?


운영위원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부터 "우리 운영위원이 알아서 잘 하겠지" 또는 "아무렇게나 결론나도 상관 없어"하며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겼다. 실제로 발제된 내용 무관심해서인 경우도 있고 의견을 설득력 있게 말하는 게 귀찮아서인 경우도 있었다. 당에 소속된 사람들이 운영위원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 운영위원도 할 말이 없어진다. "별 이야기가 없었어요. 슬랙 채널에서도 아무 반응이 없고 그냥 아무렇게나 결정되도 괜찮대요"하는 하소연만 빙글빙글 돌다가 소득 없이 운영위원회가 끝날 때도 있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위원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은 주제만 논의하기로 했는데도 지지자들의 의견을 듣지 못하고 들어오는 운영위원들이 있었다.


운영위원회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들이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 더 친하고 편한 사람을 통해 목소리를 내길 바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운영위원은 지지자들의 '대변인'이다. 운영위원에게 모든 결정과 설득, 협의의 책임을 떠넘기라는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되짚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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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의미있는 논의를 위해

운영위원회 운영방식 개선


1) 주제는 명확하게

발제된 주제 자체만 보고 운영위원 각자가, 혹은 각 당의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회사에서 지켜야할 비즈니스 매너에 대해 생각해봅시다"라는 주제를 보고 어느 당은 회의 시간 예절을, 어느 당은 복장 에티켓을, 또 다른 출퇴근시간 매너를 떠올리고 이야기하면 운영위원회에서 모두 약간씩 핀트가 어긋난 논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고 보다 깊이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 발제 시 발제자의 의도, 발제를 하게 된 상황과 맥락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해보고 주장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져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운영위원회가 가능하게 됐다.


2) 정말 관심 있는 주제만

또한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할 주제는 일주일 전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매주 투표를 하고 운영위원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은 주제만 하고 과반수 이상 득표한 주제가 없으면 운영위원회는 진행하지 않는다. 적어도 반 이상의 구성원들이 논의해봤으면 하는 주제라야 의미있는 운영위원회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대다수가 관심이 없는 주제가 안건으로 올라오면 말그대로 '심드렁'한, 해야해서 하는 운영위원회가 되곤 했다). 일주일 전 투표로 결정된 주제는 일주일 간 각 당에서 충분히 이야기가 오간 후 운영위원회로 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몇 번의 운영위원회를 거치면서 발견된 문제점들은 위와 같이 운영방식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개선할 수 있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에요?


운영위원회에 대해 설명하면 다들 놀란다. 실제로 그 시스템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발제부터 이행까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이 진짜 의견을 말하는지. 정말 그렇게 발제하고 그렇게 의견을 구하고 서로를 설득하고 결정된 내용을 팀매니저들을 통해 팀에 전파하고 그런 복잡해보이는 일들을 다 하고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영위원회는 이 글을 쓰는 현재 4기가 활동하고 있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실제로' 잘 운영되고 있다. 


굳이 에이스프로젝트가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두사람의 고군분투가 아닌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에는 답이 없다. 내가 관심있는 주제를 남들이 관심없어 할 수도 있고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남들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50명 밖에 없는 회사에서 50명이 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서로를 꼰대, 철부지, 생각없는 사람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잘 설득하고 합의를 도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운영위원회를 통해 다른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고 설득하기 위해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주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모두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했다.


다음 편에 계속.              


writer. 에이스프로젝트 박지은 매니저, 김영민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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